월간복지동향 2001 2001-08-10   2366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 생명의 약, 죽음의 약값

지난 99년에 ,미국에서 글리벡에 대한 최초의 임상보고서로 24명의 만성백혈병환자중에 23명이 완전관해(혈액속에 암 세포가 없어진 상태)가 온 것으로 임상시험 결과가 보고되었었다 .당시 노바티스사는 더 이상의 약제개발과정을 (연구비와 개발후 이익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짐) 포기하려 하였으나, 미국의 백혈병환자 2000명이 FDA에 탄원서 체출하여,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연구자금을 지원받고, 개발비용전체(7년간 1조원정도였다고 알려져있음)에 대한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1, 2상 임상시험만을 거치고, (보통은 3상시험까지 거쳐야하며, 이 과정을 다 거치고 시판허가를 얻을려면 15년 정도 걸린다함.) 올해 5월 FDA승인받았다. 이러한 과정은 2년 조금 넘게 걸렸는데, 이는 약제 개발의 역사상 가장 빠른 승인의 과정이라할수 있다. 이 약제의 개발과 승인 과정에는 환자들의 지속적인 탄원이 주요역할을 하였으므로 노바티스사는 환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국내에서 동정적 사용법(expanded access program)을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시행시켜-이 과정도 역시 환자들의 탄윈의 결과였다.- 한국 노바티스가 국내 만성백혈병환자들에게 7월말까지 무상공급을 하고 있다.

한편,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는 약가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의 약가정책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제약회사의 뜻대로 약가결정이 가능하다. 스위스 노바티스사는 ,약가 결정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미국 기준으로 한달 2,362달러(약 300만원)의 기준을 세계에 똑같이 적용시키기로 발표했는데. 이는 국내에선 3백만원에서 4백50만원에 해당된다..

5월 16일 스위스 본사 대변인은 "노바티스사는 연구개발 비용을 회수할 목적으로 시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의약품만을 개발하지 않는다.", "치료약을 필요로 하고있으나 감당할 능력이 없는 환자들이 조만간 글리벡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말했고, 그 후 1년 수입이 10만 달러에 못 미치는 환자들에게 글리벡을 무료나 저가에 공급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미국 기준으로 한달 2,362달러(약 300만원)의 기준을 세계에 똑같이 적용시키기로 발표하고 말았다.

한국은 미국의 약가를 인정하지 않고, 제약회사가 신청한 약가는 대부분 국내에서는 이보다 낮게 책정되는데, 7월 9일 노바티스 스위스 본사에서 26개 국가에 출하한 가격을 고수하라는 지침을 보내왔고, 가격이 한국에서 인하될 경우 보험등재신청을 자진 취하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약값은 각 나라의 국민총생산과 경제수준을 고려해 책정해야하며, 미국을 기준으로 한 것은 불합리하다.

요즈음 에이즈치료제의 가격이 국제문제화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듯이,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비를 무한정 약값에 전가하고, 이윤추구에 이용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에이즈치료제의 특허권을 가지고 제약회사들이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사이에 아프리카에선 이미 1천5백만 명의 환자가 사망했다.

최소한 에이즈약이나 백혈병치료제의 경우처럼,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약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에 속하는 것이며, 이러한 의약품에 대해 지적재산권, 특허권을 주장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를 제어하는 국제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지 못할 경우 신약개발은 결코 '꿈의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인류의 비극만을 초래할 것이다.

나는 이번 '글리벡'과 관련된 세간의 관심이 단순히 다국적 제약회사의 특허와 가격독점의 문제로만 그칠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인 전체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희귀·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정부지원이 올해 처음 시작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되면서 의료보호대상자 선정기준이 매우 강화되어 희귀·난치병 환자가 수급자에서 탈락되어 의료보호 혜택을 못받거나, 민간지원금 고갈 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없어야 하기에, 정부는 의료보호 또는 민간지원 등 기존 보호시스템에서 제외돼 의료보험 적용을 받게 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들의 의료보험 본인부담금을 국고와 지방비에서 각각 50%씩 분담해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희귀·난치성 질환자 지원예산으로 올해 453억원을 확보해 놓았다. 이는 진일보한 조치임은 사실이나 지원대상 질병도 전체 희귀질환 110종 가운데 혈우병 등 8종만으로 한정해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부는 올해 만성신부전증, 근육병(근이영양증, 루게릭 등 5종), 혈우병, 고셔병(효소결핍으로 인한 지방 축적증) 등 8개 희귀·난치성 질환자 7,115명의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해주기로 하고 5월말까지 5,312명을 지원했다. 이는 외형상 전체 대상자의 74.6%를 지원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원예산은 총예산의 15.2%에 그쳐 환자들로부터 생색내기용 지원이란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근육병환자의 경우 1,300명에게 1인당 504만원씩 연간 65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했으나 현재까지 124명에게 고작 9,200만원이 지원되었고, 전국적으로 2만명으로 추산되는 근육병환자들이 있으나 지원 조건이 까다로와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원 대상자의 소득·재산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의료비에 포함되지 않는 간병비용과 호흡기 구입유지비 등 실질적인 부담요인을 덜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원대상 희귀·난치성 질환을 8종으로 축소하는 바람에 호흡곤란 신생아, 에드워드 및 파타우 증후군, 아놀드 키아리 증후군, 다발성 경화증 등 연간 의료비부담이 혈우병에 못지 않게 많이 드는 희귀 질환자 가족들은 정부지원을 받지 못한 채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작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10종에 이르는 희귀질환자 전원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해주기 위해서는 연간 369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사연은 여기에 만성신부전증 환자 5483명에 대한 연간지원 예산 350억원을 합하면 연간 총 720억원의 예산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00년 현재 46종의 희귀·난치성 질환자의 의료비 지원을 위해 연간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6월 9일 국내 희귀·난치성질환자연합회가 탄생했다.

이 단체는 희귀·난치성질환자에 대한 의료보장을 확대하는 일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미국의 민간조직인 희귀질환국민기구(NORD)처럼 환자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그룹에 연계시켜주거나 치료기관 소개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사회적 소수자의 고통에 귀기울이고, 그들의 인권문제에 고민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강병수 / 공중보건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편집홍보국 차장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8월호(제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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