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1 2001-08-10   1709

우리 사회의 최저선은 어디인가?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우리나라에 최저생계비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도 되지 않는다. 기존 생활보호법에 '복지부 장관은 매년 12월 1일 다음연도 최저생계비를 공포'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정부에서는 그것을 이행하지 않았었고, 급기야 참여연대에서 복지부장관을 직무유기로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다음에야 발표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적인 최저생계비는 1999년 12월에 발표된 2000년 최저생계비이다.

최저생계비가 얼마로 결정되는가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그것은 최저생계비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자 선정기준이자 생계급여기준으로 사용되고, 다른 복지의 수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비가 얼마로 결정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최저생계비의 결정방식과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많다. 특히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기 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반대.축소론자들에 의해 최저생계비수준이 너무 높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들이 최저생계비 수준이 높다는 근거로 사용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이다. 2000년도 4인 가구 최저생계비 93만원은 당시 최저임금 42만원(2000년 9월부터 2001년 8월 적용 최저임금)에 비해 너무 높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4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높거나 낮다고 평가할 때 최저임금과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최저임금은 개인을 단위로 지급되는 것임에 반해서 공공부조는 가구를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한 가구 내에 최저임금에 적용되는 사람은 여러 명일 수 있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받게 되는 급여는 가구 전체의 총소득과 관련된다. 다시 말해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1인 가구 최저생계비가 고려되듯이(최소한 최저생계비 이하로 내려가서는 안됨) 역으로 최저생계비가 높은가 낮은가를 판단할 때는 1인 가구끼리 비교해 보아야만 타당한 비교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보통 1인 가구의 생계비를 고려하게 되는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1인 가구는 보통 노인단독가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 시에는 복지부에서 발표하는 1인 가구 최저생계비를 단순히 참고로 할 뿐(노인보다는 청년의 음식물 필요 칼로리나 활동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저생계비보다는 훨씬 더 높아야 함) 크게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 않고, 저연령 근로자 1인 가구의 생계비를 참고 기준(현재는 18세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으로 하고 있다.

실태생계비 대비 최저임금 현황

1999년 10월 기준
2000년 10월 기준
29세 이하
18세
29세 이하
18세
실태생계비(원)
615,370
40,566
794,166
519,306
최저임금비중(%)
58.8
80.4
53.1
81.2

(자료)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심의.의결경위], 각년도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간의 관계가 어찌되었든 간에, 지난 7월 20일 2001년 9월1일부터 2002년 8월31일까지 적용될 최저임금이 시간당 2,100원(월 47만4,600원)으로 확정되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7월 20일 전원회의에서 노.사가 최종 수정, 제출한 시급 2,100원과 2,060원(월 46만5,560원)안을 놓고 표결을 한 결과, 12표 대 11표로 노동계 안을 의결했다. 이날 최저임금이 단 1표 차로 노동계 안이 수용된 것은 노동, 여성, 장애인, 시민단체 등과 함께 활발한 여론작업을 벌였던 노력의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사·공익 각 9명으로 구성되는 최임위에 이날 참석한 위원들은 노동계 7명, 경영계 8명으로 노동계 위원이 1명이나 적었음에도 12표를 확보한 것은 공익위원 5명이 노동계 안에 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금년도의 경우 공익위원의 다수가 노동계 안에 찬성하게 된 것은 7월 11일 있었던 비정규직공동대책위원회 대표단의 공익위원에 대한 면담요청과 그에 따른 19일의 위원회 본 회의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의 의견진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보여 진다. 그렇지만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인 16.6%보다 낮은 인상률(12.6%)이 적용된 것과 함께 월 5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볼 수 있다.

시간당 최저임금 2,100원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는 현재 공공근로사업 일당을 19,000원으로 볼 때 그것을 시간급 기준으로 환산하면 2,375원이고, 98년 10월 기준으로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조사한 29세 미만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가 54만8,704원, 시간급 기준 2,428원인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위해서 복지부 장관이 발표하는 최저생계비가 2001년도의 경우 1인 가구 34만원, 2인 가구 56만원(중소도시 기준)이라는 점과 비교해도 알 수 있다.

최저생계비란 말 그대로 '인간으로서의 최저한의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뜻하고, 노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아무 조건 없이 국가가 보장해 주는 수준을 뜻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서 최저임금이란 노동자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최소한 노동자 본인의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었다는 것은 최저임금제도가 노동자 복지차원이 아닌 경제정책 차원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노동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소득불평등 완화한다는 최저임금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에는 너무도 미흡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업무의 외부위탁 과정에서 용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은 극도로 낮은 최저임금에 묶여 최소한의 생존조차 위협받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따라서 외국 최저임금의 보편적인 수준(전체 노동자 평균 정액급여의 절반 수준)으로 인상이 필요하고, 그와 함께 최저임금 위반사업장에 대한 적극적인 감시활동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높다. 또한 최저임금의 적용대상을 현재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감시단속적 노동자와 가내노동자에게로 확대하고, 장애인과 수습생, 직업훈련생도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허 선 /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8월호(제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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