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딴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해 왔다. 경기복지시민연대라는 사회복지운동단체를 만들고 몇 차례 사회복지대학을 개최하면서 우리 시대 사회복지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스스로 대견해 했다.
그러면서 올 들어 대학교와 지하철역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연달아 제기하면서 이 시대 장애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변호사(?)로 떠올랐다.
"헌법상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대학내에 장애인이 이동하거나 강의실에 들어가기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장애인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대학교가 특례입학제도를 활용해서 장애인을 입학시켰고, 그 대가로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면 당연히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설치해야 합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헌법상 보장된 신체의 자유의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장애인의 이동권은 교육을 받기 위한 전제이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존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장애인의 권리는 그 무엇에도 우선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결코 법률의 미비나 예산의 부족을 구실로 유보될 수 없습니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댈 때마다 이렇게 열변을 토했다. 참으로 장애인의 대변인으로서는 손색이 없는 변호사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지난 8월 27일 숭실대학교 교정에서 현장검증이 있었다. 장애인 학생인 박지주씨가 숭실대학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강의실이나 강당, 화장실등을 이용함에 있어서 얼마나 큰 고통과 불편을 겪었는지, 아니 도대체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였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현장검증이었다. 오늘도 많은 기자들이 오겠지. 그러면 나는 또 대학에서조차 장애인편의시설에 무관심한 우리시대 사회복지의 현실에 대해 열심히 논박을 해야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장에 도착했다. 박지주씨가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급경사로나 계단앞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이동하는 모습을 볼 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가 충격적인 모습을 보았다. 박지주씨가 혼자서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아주 작은 틈새 앞에서 버둥대며 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박지주씨가 땀흘리며 휠체어를 탄 채 틈새를 건너뛰려고 애쓰는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동네아이들이 재미 삼아 물방개를 잡아 뉘어 놓았을 때 스스로 뒤집기 위해 바둥거리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비장애인들이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고 별 생각 없이 만들어 논 저 작은 틈새 앞에서 장애인들은 저토록 큰 좌절을 느끼고 있었구나. 나는 말로는 장애인 인권을 외쳤지만 장애인들의 진짜 현실은 모르고 있었구나. 나는 생활속에서, 그리고 가슴으로 운동하지 못했구나.
다시 한번 무엇이 참복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힘일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세상사람들 모두가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현실을 알고,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운동은 먼저 내 자신부터 깨지는 운동이어야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깨우치는 운동이어야 할 것이다.
이날 현장검증에서의 박지주씨의 애쓰며 땀흘리는 모습,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둔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01년 09월호(제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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