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성 만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
2008년 4월 11일에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한다)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조)하기 위한 장치이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입각하여, 장애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도록 하였으며, 장애인차별에 대한 판단기준 제시 및 권리구제 절차 마련을 통해 장애인인권보장의 전환점을 마련하였다는 의의를 가진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2장에서 장애의 개념과 장애로 인한 차별을 폭넓게 금지할 수 있는 근거로, 차별의 영역을 고용, 교육․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 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부성권과 성 등, 가족․가정․복지시설 및 건강권 등 여섯가지 영역별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3장에서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등”을 별도로 규정하여 이중적 차별 또는 새로운 차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장애인의 차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려는 목적으로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인권을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제정․시행된 법률이다. 이는 사회적 모델 패러다임으로 장애문제에 접근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성격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비추어 장애인복지법을 중심으로 한 장애인 관련 법률은 장애인의 인권문제나 장애인에 대한 관점이 협소한 점이 있다.
이에 본 고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준거로 했을 때, 장애인 관련 법률이 해결해야 할 문제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자 하며, 이러한 노력은 장애인에 대한 일관성 있는 관점과 정책 실현을 위해 필요한 장애인 관련 법률 개정 방향 모색에 일조하고자 한다.
첫째, 법의 범위와 관련된 문제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조에서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장애인복지법 제1조에서는 “…… 장애인의 복지와 사회활동 참여증진을 통하여 사회통합에 이바지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 제3조에서는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을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하는 대상으로 분리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장애인생활시설의 정의(“장애인이 필요한 기간 생활하면서 재활에 필요한 상담․치료․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아 사회복귀를 준비하거나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 요양하는 시설”)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즉 장애인생활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장애인은 주류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것으로 규정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 동안 사회로의 복귀(?)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장애 개념에 관한 문제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조에서는 “…… 장애라 함은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라 규정하고 있으며,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서도 장애인을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별표1의 장애인의 종류 및 기준을 살펴보면 상당부분 생활에서의 제약이 아닌 손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장애판정 및 등급 결정에 있어 “일상생활에서의 제약”이 반영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제3조 제2항에서는 “…… 장애유형별 해당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에 장애진단을 의뢰”하도록 하고 있어 의료적 모델에 의한 일방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료적 모델 접근은 장애인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의 자격조건 1순위가 “의사(한의사, 치과의사를 포함한다)로서 장애관련 분야에 3년 이상 진료경력을 가진 자”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별표5).
셋째, 설비에 관한 문제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4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편의를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같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 편의시설․설비” 등을 가주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별표4에 따르면 시설거주자 1인당 면적을 6세 미만 2.0㎡ 이상, 6세 이상 3.3㎡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주택법 제5조의2 제2항 및 동법시행령 제7조에 의거 국토해양부장관이 설정․공고한 최저주거기준과 비교해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다. 따라서 장애인복지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자신만을 위한 장소에 자신의 물건을 보관할 권리, 자신이 좋아하는 전자기기를 비치하여 이용할 권리, 개인의 방을 꾸밀 수 있는 권리, 방이나 거실, 목욕실, 화장실에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원천적으로 제한당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넷째, 자기결정권 및 선택권과 관련된 문제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7조 제1항에서는 “장애인은 자신의 생활전반에 관하여 자신의 의사에 따라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권리”를 가짐을 명시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에서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한 선택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업법이나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이 장애인복지서비스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제공을 의무규정으로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장애인복지시설 이용자는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어떤 시설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해 선택권이 침해되고 있다.
또한 장애인 관련 법률에서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이루어지는 서비스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서비스 최저기준) 또한 제시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이 시설을 선택하더라도 시설 유형에 따른 국가수준의 서비스 최저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이 어떤 시설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제공받는 서비스 질은 매우 큰 편차를 보인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제19조에 따르면,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 장애인을 장애인복지시설에 위탁 …… 하려는 경우에는 ……의뢰서를 그 시설의 장에게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라 장애인을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조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이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전체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섯째, 용어와 관련된 문제이다.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동일한 주체로 인정하고, 장애인의 완전한 평등권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달리 사회복지사업법 제41조는 “시설수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사회복지법 상 수용, 보호, 입소, 조치 등의 용어사용은 장애인을 격리의 대상으로 한정하고, 낙인을 부여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섯째, 동등하게 보장되지 않는 기회와 관련된 문제이다.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 별표4에 따르면 시설거주자 또는 이용자의 요건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로서 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장애인” 이거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자가 아닌 …… 장애인으로서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여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복지시설 이용 자격 제한에 관한 문제로 현재의 장애인생활시설은 70% 이상을 위의 기준에 부합하는 장애인에게 우선 할애하고 있다. 이는 무연고 또는 저소득 장애인의 우선 이용을 위한 정책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거주를 희망하는 차상위계층 이상 장애인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 관련 법률의 용어 및 내용상의 괴리는 장애 및 장애인, 장애문제에 대한 접근 패러다임의 상이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과거 수용적․의료적 모델을 근거로 제정된 장애인복지 관련 법률은 사회적 모델 입장에서 재검토 되어야 하며, 점검을 통한 법적․제도적 장치의 개선은 실제로 장애인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함으로써 장애인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4월호(제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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