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호(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5:0. 우리에게 왠지 익숙한 숫자의 배열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국국가대표팀을 맡고 있었던 히딩크 감독에게 부여된 별명이 ‘오대영’이었지요. 7년이 지나고 그 ‘오대영’은 전혀 다른 의미로 한국사회에 다시 등장하였습니다.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정책, 토건세력들만을 위한 대운하에 혈안이 되어있었고,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는 대다수의 시민들에게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오대영’이라는 4.29 재보선 결과를 통해서 내려진 것이지요.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이라는 비아냥을 딛고 성공한 감독으로서 한국사회의 시민들 가슴속에 각인되어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도 ‘오대영’이라는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에 귀를 귀울이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시민들을 향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한 증거 중의 하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축소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위해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위해 정권에 대해 시민들을 대변하여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시민들의 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국가인권위의 축소가 가지는 의미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단절하고, 시민들의 기본권에는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결연한 의지로 보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오대영’의 치욕을 딛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으로 생각됩니다.
이명박 정부가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 놓는 일련의 복지정책들을 보더라도 대다수 시민들의 욕구를 충분히 경청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시행되고 있던 정책들을 조삼모사 격으로 재조합하여 일부 빈곤층만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는 경제위기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라 생색이라도 내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사회복지 영역에서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는 시장화 전략은 시민들의 사회적 안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특히 민간 영리병원의 도입은 인간의 생명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접근하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어 심히 우려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이슈들 즉, 국가인권위 축소와 관련된 문제, 민간영리병원 도입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오대영’의 치욕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닌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복지정책으로서 ‘기본소득(basic income) 제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제도는 현재 진보진영에서 새로운 시대의 복지정책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제도입니다. 만약 이러한 대안적 복지제도들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제2의 히딩크 감독이 되지 못할 이유도 없겠지요.
대한민국의 건강한 시민들은 그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을 것입니다. 죽은 권력에 대해서는 검찰이 정권을 대변하여 심판하겠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심판하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의 시민들이라는 것을 이명박 정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5월호(제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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