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전거 판매대수와 자전거 이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자전거가 상당한 교통수송을 담당하는 선진국들과는 달리 레저 목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송분담률은 3% 정도로 (서울 0.67%) 일본 15%, 독일 17% 네덜란드 27%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 하에 총 1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98년부터 자전거이용활성화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하지만 2006년 현재 자전거 수송분담률은 사업시작 전 1.2%에서 고작 1.8% 증가한데 그쳐 2010년 목표치 10% 달성이 불투명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전거길, 안전하고 편리해야
자전거 활성화 사업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원인 중 하나가 인도 위에 설치된 자전거도로이다. 도로교통법 상 엄연히 ‘차’로 구분된 자전거가 인도 위로 달린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기도 하지만, 잦은 끊김, 보행자와의 부딪침, 불법주차 차량과 노상 적치물 등으로 자전거도로의 이용률이 매우 떨어진다. 자전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자전거도로가 얼마나 자전거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이런 자전거도로는 이용자들의 외면으로 예산만 낭비한 무용지물로 방치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요한 것은 도로의 연장이 아니라 안전과 편의가 보장된 주행환경이다. 하천변의 자전거도로는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도심에서처럼 자동차나 보행자와 맞닥뜨릴 위험이 적은데다가 대부분이 자전거전용도로이기 때문에 이용률도 매우 높다. 그래서 하천변 자전거도로 증설은 자전거활성화 사업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하천변 자전거도로는 하천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설치해야 한다. 특히 한강처럼 이미 콘크리트로 덮인 곳이 아니라 하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곳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전거를 위해 하천을 희생시키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둘 곳 부족하고 잃어버릴 위험도 커
자전거도로와 더불어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은 보관소 문제이다. 현재 자전거보관소는 관공소나 지하철역 위주로 설치되어 있지만 보관시설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도난에도 매욱 취약한 실정이다. 특히 도난은 자전거 이용을 포기하게 만드는 대표적 문제이다. 자전거 이용자치고 도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지만 현재로선 주인이 잘 관리하는 것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일부 이용자들은 현재의 개방형 보관소가 아닌 밀폐형 보관소와 유인보관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또 현재 운영중인 주차장의 일부를 자전거보관구역으로 지정하여 보관소 부족문제와 도난 우려를 해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자전거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자전거이용활성화에관한법률’ 도 자주 도마에 오른다. 현행 법률은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 약자인 자전거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보호장치와 자전거 활성화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기보다는 ‘자전거는 도로의 가장자리로 달려야한다.’ , ‘지자체장은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할 수 있다.’ 등 애매한 규정과 권고 사항이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법적 구속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상위 법률이 이렇다보니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각 지자체의 조례 역시 부실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정책 필요
자전거 활성화가 제대로 안 되는 근본원인은 ‘교통과 분리된 자전거 정책’이라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법적으로 ‘차’로 분류된 자전거 정책의 주무부처가 건교부가 아닌 행자부란 사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런 자전거 정책은 결국 교통체계와의 부조화로 나타난다. 자전거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 등지에서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전거와 다른 교통수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자전거를 교통체계 안에서 우선적으로 배려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온 결과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건교부가 올해 발표한 ‘대중교통기본계획(2007~2011)’에서 자전거에 관한 내용은 총 80여 쪽 중 ‘도시특성에 맞는 자전거시설 확충’ ‘도시철도와 연계한 도로망 구축’ 등의 개념 정도가 정리된 한 쪽이 전부였다. 자전거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교통’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교통정책의 중심이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옮겨와야 한다. 베를린의 경우 전체 도로의 70%에서 차량 속도제한을 30km이내로 하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속도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차량 억제 정책에 적극적인데 비해 우리는 차량 속도 증가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환경과 건강은 차에서 내릴 때 살아난다
그렇다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제도와 시설을 잘 정비한다면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인식전환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현대인들은 어느덧 자동차의 신속함과 편리함에 ‘중독’되어 버렸다. ‘자동차 중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자전거 정책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문제 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가장 큰 오염원인 자동차를 줄이지 않고 이 문제들을 개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자전거를 가까이하는 것이야말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환경사랑일 것이다. 또 자전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건강’이라고 한다. 자전거는 환경과 건강을 모두 살리는 훌륭한 도구인 것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과 시민들의 인식전환이 만날 때 자전거는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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