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1 2011-09-15   2260

[동향1] 고용허가제 시행 7년 그 쟁점과 대안

 

박용원│이주민센터 ‘아시아의 창’ 사무국장

들어가며

 

제조업 등 단순노무분야에서 부족한 내국인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2004년 8월 고용허가제도가 도입되었다. 현재 베트남, 필리핀 등 15개국에서 입국한 이주노동자 수는 49만명에 이른다. 시행 7년을 맞는 동안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시행 초부터 지적된 문제가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산업연수제와 병행하여 시작된 고용허가제도가 단일화되고 재고용을 통해 3년의 체류기간을 5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 점, 구직기간과 사유가 조금 더 유연하게 확대된 점 등 나아진 점도 있지만 한국으로의 노동이주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여전히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있고, 사업장이동의 제한은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는 현실이다.   

 

작년과 올해 고용허가제 5-6년차 체류기간 만료자들이 생겨나면서 고용허가제로 일하던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으로 한국땅에 남느냐 아니면 귀환을 택하느냐는 막다른 선택의 길에 놓여 있다. 현장에서 고용허가제로 들어와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몇 개의 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소위 ‘One-Cycle’이 흐른 현시점에서 고용허가제도를 다시 돌아보고 냉정한 평가위에 보다 나은 제도로 발돋음 할 수 있는 계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본론

 

고용허가제도가 맞은 최대 위기
정부가 고용허가제도를 운영하는 원칙 중 가장 큰 대전제는 내국인 일자리보호다. 그래서 외국인을 채용하기 전에 내국인 구인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으나 명문규정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된 대부분의 사업장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말도 근거가 희박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대전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고용허가제로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최대 3년간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단기순환’ 원칙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의 의도대로 비자기간이 만료되면 귀국하고 새로운 노동자로 그 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정부는 고육지책으로 3년 체류기간 만료자를 대상으로 2007년 재고용 기간을 3년 더 유예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탈률은 낮출 수 있었지만 그 3년의 유예기간이 또다시 도래한 현 시점에서 정부가 이들에게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더 이상 없다는 데 있다. 정부는 미등록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집중단속 등 추방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나, 다른 나라의 사례로 보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한계가 분명하기에 정부로서도 전환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의 인적자원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차피 단기로테이션 정책은 이주노동자들이 취업기한이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양성한 우수한 중소기업 인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들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익숙해져 있고, 다양한 인적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어 사실상 한국에서 체류한다고 해도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한 대부분의 사업주들도 재고용 의사를 피력했으며, 5년의 고용기간을 늘리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돌려보내고 새로운 인력을 받아들여 또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은 단기로테이션 정책안에 매몰되어 더 큰 세상을 읽어내지 못하는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다. 단계적으로 혹은 선별적인 체류권 확대가 필요하다 하겠다.

 

강제노동을 묵인하는 사업장 이동제한
고용허가제에서 가장 크게 지적된 문제로 사업장 이동제한을 들 수 있다.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몸이 아파도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와 시장의 논리와도 배치되는 조치다. 무리한 사업장 이동 제한은 결국 원치 않는 노동을 강요한다. 최대 3회로 제한한 사업장 이동 횟수 제한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 절차를 밟고 있고 사유제한 또한 폐지하거나 보다 폭넓게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사업장 이동에 대한 애로사항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미등록이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강제노동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장 이동문제는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이며 시민단체가 고용허가제 시행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정쩡한 고용허가제도 내 보험제도
고용허가제도는 부족한 외국인력 수급이라는 사업주 입장과 시민단체가 내세우는 이주노동자 인권 사이에서 줄타기 할 운명에 놓여있다. 문제는 이주노동자의 눈높이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으며,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는 식의 대처방식에 있다. 단적으로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지급을 대비해 만든 출국만기보험의 경우를 보자.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고 이주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보장해 주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오히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주노동자가 보험금으로 지급받는 금액이 실제 퇴직금에 미달되다 보니 보험금을 지급받은 후에 사업주로부터 나머지 차액을 지급받아야 하는 이중의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러한 차액이 존재하는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다툼을 회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많다보니 차액은 고스란히 사업주 이득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에 퇴직금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받아야 하는 것이 현 제도의 한계이다. 인권 앞에 예외가 없듯이 이주노동자도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불평등의 시작 근로계약 체결문제
이러한 이주노동자 불평등 문제는 근본적으로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서 기인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정보의 취약, 다급한 기간, 본인의 절박함 등으로 인해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평등 계약을 보완하려면 이주노동자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야만 가능한 부분이다. 실제적으로 남은 체류기간 안에서 다년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재고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으로 최초 입국시부터 3년의 계약체결이 가능하게 열어 놓은 점은 매우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당장 한국입국이 최우선 과제인 이들에게 불리한 계약조건을 따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번 체결된 근로계약은 이주노동자 의사대로 쉽게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감안 할 때, 그나마 1년의 근로계약 기간은 참고 견디게 만드는 마지노선의 역할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현재 일하고 있는 사업장과 근로조건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에서 보듯 근로계약 체결에 앞서 충분한 정보와 선택의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가족에 대한 배려
고용허가제는 근본적으로 제조업에서 필요로 하는 남성 노동인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노동자와 국내에 들어와 가족을 구성한 노동자가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임신한 여성은 다니던 사업장에서 해고될 처지에 놓여 있으며, 새로운 사업장을 구하는 것은 더더욱 기회가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임신을 하였다고 해도 이를 숨기고 일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해고된 임신여성은 다니던 직장의 의료보험에서도 배제되어 이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출산한 여성은 이보다 더 험난한 길을 겪게 되는 데, 고용허가제도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용보험을 통한 출산급여와 실업급여 등 보험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나오며

 

2011년 한국은 다문화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다문화속에 이주노동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이민을 허용하지 않는 그래서 10년 넘게 한국에서 일하고 가정을 꾸린 이주노동자도 포용하지 않는 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가 연루된 사회문제를 부각시키고 미등록 노동자를 범죄 집단화하여 국민과 멀어지게 만드는 정부와 언론. 국민 여론과 정서가 아직까지 이웃으로서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정부 논리. 이미 결혼을 통해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네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로 거의 모든 사업장이 내국인 채용이 어려운 이유를 들고 있다. 사업주가 고용기간을 늘리고 재고용을 희망하는 이유는 이들이 고급인력임을 인정한 결과다. 비숙련업종에서 오랜 기간 숙달된 이들은 이미 숙력노동자로 바라보아야 한다. 현재의 출입국 비자형태는 한 번 미숙련 노동자는 영원히 미숙련 노동자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부스스로 직업을 숙련직종과 미숙련 직종으로 선을 그어놓은 꼴이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사회에 편입시킬까 대안을 내 놓아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그리고 그 바탕위에서 ‘다문화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분명 이방인이다. 하지만 오늘 와서 내일 갈 사람이 아니라 오늘 와서 내일 머물 사람이고 그 내일은 나의 내일이기도 하기에 함께 살아가야 할 고민이 필요하다.

월간 <복지동향> 2011년 09월호(제1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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