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청와대가 재벌의 대국회 로비창구인가?

청와대가 재벌의 대국회 로비 창구인가?

과잉입법은커녕 대통령 공약조차 지지부진이 현재 상태

1.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 등 5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부당단가인하 근절대책’에 대해,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6월 국회에서 여야가 갑을 문화 개선을 위해 경쟁적으로 내놓는 입법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부위원장 김성진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가 모처럼 내놓은 경제민주화 이행 대책이 국회의 갑을관계 제도개선 입법을 저지하는 목적이라는 것을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청와대를 보면서, 청와대가 재벌의 대국회 로비 창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 조 수석의 발언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첫째, 부당단가인하가 주로 하도급관계에서 생기는 문제인 반면 조 수석은 갑을관계 제도개선 일반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과잉입법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와는 정반대로 국회의 갑을관계 제도개선은 더디기만 하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징벌적 손배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한 하도급법 개정안 하나다. 편의점주들의 연이은 자살로 드러난 제도개혁의 시급성에 따라 여야합의로 정무위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법사위를 경제민주화 제도개혁을 저지하는 상원처럼 활용하려는 여당의 지연전술로 인해 본회의 상정이 안 되고 있다. 대통령의 핵심 경제민주화 공약이었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정무위 소위 논의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중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은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 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 노동 관련 정책, 주거복지권 강화 등도 환노위 소위에 계류된 것이 전부다. 순환출자 규제, 금산분리 규제 등 주요 재벌개혁 제도개혁 논의도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이것이 현재 국회 경제민주화 제도개선 논의의 진척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최소한 대통령 공약과 일치되는 법안, 민생 차원에서 시급을 다투는 법안만이라도 우선 처리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요구가 컸던 것이다. 따라서 조 수석의 발언은 이런 상황을 일부러 외면하면서 과반 여당에게 경제민주화 법안 논의에 협력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범위를 하도급관계 제도개혁 과제로 좁히더라도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국회의 과잉입법을 우려할 상황이 전혀 아니다. 도대체 어떤 과잉입법이 우려된다는 말인가?

 

3. 둘째, 조 수석의 발언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청와대의 부당한 개입으로 대통령 공약을 넘어서는 어떤 경제민주화 제도개혁도 국회에서 논의·처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오만한 인식들 드러내고 있다. 국회는 민의의 대변자로서 죽어가는 ‘을들’을 살려야 할 의무가 있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이미 퇴색한 청와대의 공약 이행 의지를 경제민주화 제도개혁의 최대치로 설정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에 다름 아니다. 

조 수석의 발언 이전에도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있었다.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발의된 ‘대리점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대해 노대래 공정위 위원장은 “99%는 문제가 없고 1%가 문제”라는 발언으로 법 제정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 위원장의 발언 역시 대리점 업계의 현실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면서까지 국회 입법권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이다.

 

4. 공정거래위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 경제민주화 관련된 주요 정부 인사들의 계속되는 망언은 박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참여연대는 국회가 갑을관계 제도개혁 법안 처리라는 6월 임시국회의 시대적 소명을 완수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과반 여당을 통해 이를 막으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부처를 강력히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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