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 탈탄소·재생에너지 확대 실효성 담보 못 해

790조 기후금융, 재생에너지 확대 아닌 산업지원 금융될 우려
전환금융 기준 강화·탈탄소 중심 투자·금융배출량 관리 의무화 필요

최근(2/25)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녹색 전환 지원을 위한 역점 과제로 ESG 공시 제도화와 기후금융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 중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은 2035 NDC 달성 지원을 명분으로 정책금융 공급을 2026~2035년 790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한국형 전환금융 도입 및 기후금융 정보 인프라 구축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가 강조한 총 790조 원 기후금융이 실제로는 탈탄소 전략, 재생에너지 확대와 충분히 연결되지 않은 채, 산업지원 금융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참여연대는 기후금융의 성패는 단순한 자금 규모가 아니라 실제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앞당기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방안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이번 방안은 ‘탈탄소 금융’이라기보다 ‘산업지원 금융’으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 금융위는 기후금융을 2050 탄소중립을 견인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방안 전반의 문제의식과 목표는 산업 경쟁력 유지와 제조업 전환의 연착륙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경우, 기후금융은 탄소감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정책 수단이 아니라, 고탄소 산업의 부담을 완화하는 산업정책 금융으로만 기능할 위험이 크다.

둘째, ‘전환금융’이 화석연료 산업의 수명연장 통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인 ‘한국형 전환금융’은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한다는 취지이지만, 제시된 기준은 5년 내 충족과 같은 유예기간과 기업 자체 전환계획 등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마련되어 있다. 또한, 전환금융 사례로 정유공장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이 제시되어 화석연료 기반 산업의 설비 개선까지 ‘기후금융’으로 포함될 여지가 있다. 이러한 기준이 유지된다면, 전환금융은 실질적인 탄소 감축을 촉진하기보다는 화석연료 인프라의 수명 연장, LNG 의존 확대, 탈탄소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로의 정책적 연결고리가 부족하다. 탄소감축의 핵심은 전력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이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기후금융 확대, 전환금융 도입, 정보 인프라 구축 등을 제시하면서도 재생에너지 투자 목표, 전력 시스템 전환 전략, 재생에너지 확대 로드맵과 같은 핵심 정책과의 연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후금융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앞당기는 도구가 아니라 아니라 공정 효율화와 설비 개선 중심의 금융지원으로 흐를 가능성이 우려된다.

넷째, 금융배출량 관리가 의무가 아니라 ‘자율’ 중심이라는 점도 한계이다. 금융위는 금융배출량(Scope3)을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금융권의 자율적 활용과 공시 지원에 가깝다. 화석연료 투자 축소에 대한 의무 목표, 투자 제한, 감축 이행 점검 등 실질적인 규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이 화석연료·고탄소 산업 투자를 지속하면서도 ‘기후금융을 확대했다’고 주장할 여지를 남긴다.

이처럼 정부가 제시한 790조 원 규모의 기후금융이 ‘재생에너지·탈탄소 투자’가 아니라 ‘전환 명목의 산업지원 금융’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기후금융의 핵심은 규모 확대가 아니라 실제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산을 촉진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후금융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에 우선적으로 배분되도록 하고, 전환금융 역시 ‘감축 성과’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재설계해야 한다. 또한 금융배출량 관리 역시 단순한 정보 인프라 구축을 넘어 금융기관의 감축 목표 설정과 이행 점검을 의무화하는 규제 장치로 강화해야 한다. 다시 한번, 기후금융이 진정한 의미의 ‘녹색 전환 금융’으로 기능하려면, 자금 규모 확대보다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정책 목표와의 명확한 연계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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