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하락은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신기루
주담대와 금리 상승으로 서민 가계 위험 커지고 높은 연체율도 여전
정부는 가계부채 비율 목표 근접에 방심 말고 적극적 관리대책 내놔야
어제(9/16) 한 언론은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바탕으로 2분기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81.3%로 1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BIS가 발표한 1분기 말 가계·비영리단체 부채 잔액에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을 적용하면 부채는 약 2,404.9조 원으로 추산되며 이를 최근 4개 분기 명목 GDP 2,958.6조 원으로 나눈 수치다. 하지만 이러한 비율 하락은 가계부채가 크게 줄어서라기보다 명목 GDP가 이례적으로 증가한 영향이 크다. 2분기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했다. 반도체 호황 등의 영향으로 명목 성장률이 크게 높아졌지만, 그 수혜가 모든 가계의 소득과 상환능력 개선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은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에 직면해 있고, 신용대출 연체율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라는 거시지표는 개선되었지만 가계가 실제로 감당해야 할 부채의 부담까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는 가계부채 비율 하락이라는 환상에 속아 안심해선 안 되며, 가계부채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가계부채의 구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최근 정부의 전세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전세대출 잔액은 2025년 상반기 이후 계속 감소 추세이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잔액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8월 주담대는 전월 대비 4.3조원 증가해 7월의 3.4조 원보다 증가폭이 확대되었고, 은행 자체 주담대 중 집단대출도 0.9조원에서 1.2조 원으로 늘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만 보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서는 주택 관련 대출이 다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와 수도권 주택가격의 연결고리가 다시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가 정책대출의 배우자 한도를 완화한 이후 6억 원 이하 주택구입에 미친 영향까지 포함해 대출 증가의 원인을 보다 엄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미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의 예측하지 못한 자금경색은 별도의 경과조치로 해결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이유로 집단대출 자체를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폭넓은 예외로 두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8월 들어 집단대출 증가폭도 다시 확대된 만큼, 개별 실수요자의 피해 구제와 가계대출 규제 완화는 구분해야 한다. 또한, 총량관리의 사각지대도 점검해야 한다. 신규 대출 취급액과 잔액 중심의 총량관리만으로는 기존 한도대출에서 언제든 실행될 수 있는 잠재적 신용팽창을 포착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마이너스통장 미사용 한도와 소진율, 신규 실행액을 별도 모니터링하고 주식시장 과열이나 주택시장 상승기에 한도대출이 급격히 실행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실제 대출잔액이 늘어난 뒤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자산시장 상승기에 빠르게 확대되는 신용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목표했던 가계부채 비율 80%에 근접했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하반기 금리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중요한 것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아니라 가계가 실제로 감당해야 할 원리금 부담과 부채의 질이다.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빚투’와 수도권 집값 상승에 따른 ‘영끌’ 부담이 다시 예측되는 상황에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막는다는 명목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에 대한 주담대 규제 완화는 오히려 대출을 통한 구매 여력을 키워 집값 상승 압력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무주택자가 올라타야 할 사다리의 길이만 더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원칙을 흔드는 폭넓은 대출규제 예외를 두지 말고 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이 서로를 떠받치는 구조를 차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경과조치와 집단대출의 포괄적 규제완화를 구분하고, 총량관리 사각지대인 마이너스통장 미사용 한도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야 한다. 더 나아가 금리 상승기에 충격이 집중될 수 있는 취약차주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부채 질 관리와 채무조정을 강화하고, 높은 연체율에 대응하는 별도의 대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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