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참여연대, 부패방지 민관협약 ‘청렴계약제’ 시범실시
에콰도르에서 시작된 투명성의 섬(Islands of Integrity)
94년, 부패추방을 위한 국제단체인 국제투명성위원회(Transparencia International : TI)는 에콰도르에서 절박한 제안을 받았다. 에콰도르는 정부가 조달하는 대규모의 사회간접자본관련 수주에서 25∼30%정도의 뇌물이 오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파견단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국제투명성위원회와 에콰도르는 몇가지 계약을 하였다.
국제투명성위원회는 조사를 통하여 많은 사업가들이 뇌물을 제공하고 싶지 않지만 제공을 중단하면 다른 경쟁업체가 뇌물로 자신의 사업기회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하여 뇌물이 끊이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계약자(낙찰자)가 뇌물공여를 안할 것이라는 것과 모든 커미션과 계약에 관련된 모든 금전지급사항을 공개할 것이라는 선서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을 취소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 입찰을 금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시장 참여자 모두가 투명성 서약을 하고 이를 위반할 시 특별한 제재조치를 취해지는 곳을 ‘투명성의 섬(Islands of Integrity)’이라고 지칭하고 이는 성공적인 부패방지모델로 꼽히고 있다.
부패 원천방지를 위한 청렴계약제 서울시와 공동추진
이러한 모델은 부패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파나마, 아르헨티나(멘도자)에 적용되었고, 독일,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콜롬비아, 네팔 등으로 확산되면서 ‘청렴계약제(Integrity Pact)’로 발전되었고, 올림픽개최지 결정과 관련하여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제안되어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7월 10일, 서울시와 참여연대는 공동으로 ‘청렴계약제’를 시행하기로 하였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즉, 공공사업에 대한 입찰단계에서부터 청렴계약이행 서약을 제출한 업체에게만 참가자격을 부여하며 계약 및 이행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추천하여 서울시가 임명한 시민옴부즈만이 과정전체를 감시하고, 입찰, 계약 및 이행(감독, 준공검사)의 3단계 공청회를 실시하여 부패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것이다.
옴부즈만의 신분 독립성과
실질적인 제재조치가 실효성을 가져올 것
따라서 이 제도가 실시되면 모든 입찰업체와 관계공무원은 뇌물을 주거나 받지 않는다는 서약을 의무적으로 하게되며, 모든 입찰에서 이행과정은 시민 옴부즈만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과정에서 계약위반이 발견될 시에는 계약은 바로 취소되며 2년간 입찰자격을 박탈하는 제재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날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기존 시민감사관제도에서 감사관이 서울시의 계약직공무원이었던 반면 청렴계약제의 경우 시민옴부즈만이 시민단체에서 추천되어 실질적으로 시민단체 소속이기 때문에 더욱 독립적인 감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원래는 계약위반시 영원히 자격을 박탈하자고 했지만 2년이면 실질적인 제재조치가 된다고 하여 2년 자격정지로 합의를 봤다’며 ‘이러한 옴부즈만의 신분의 독립성과 실질적인 제재조치가 실효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반기 시범실시후 2001년 전면시행 예정
이 청렴계약제는 참여연대가 건설사업 등 민간과의 계약과정에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모델로 제안한 것을 서울시가 받아들임으로써 서로간의 협의를 거쳐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일단 시범사업으로 2000년 하반기동안 본청, 그리고, 상수도, 건설안전, 지하철 3개본부와 공원녹지사업소에서 발주하는 모든사업에서 청렴계약제를 실시하고, 공사 50억원 이상, 설계 및 감리 10억원 이상, 물품구매 2억원 이상 사업 등에는 시민옴부즈만의 감시를 받게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범실시 과정에서 의견수렴과 미비점 보완을 거쳐 자치구와 지방공사를 포함하여 2001년부터는 전면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건 시장은 이날 ‘현재 세계 10개국 정도 도시규모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서울시 같이 큰 규모의 도시가 시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하였다.
현행법상 한계로 인한 아쉬움
참여연대 맑은사회만들기 운동본부의 임미옥 간사는 ‘현재까지의 부패방지운동은 주로 공직사회에 집중되어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하고 ‘하지만 민간부문의 경우 특히, 건설부문 등에서 대규모의 비리가 있지만 이를 방지하기 위한 행동은 아직 못해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청렴계약제가 바로 민간부문에 대한 부패방지의 시작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래 국제투명성기구는 청렴계약제는 발주기관과 경쟁업체 모두가 계약을 위반한 업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계약과 이행에 관련된 모든 금전내역을 공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행법상의 제약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 청렴계약제를 시작으로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까지 부패를 척결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 과제들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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