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보내는 부패방지법 제정 촉구 서한
1. 안녕하십니까? 국정개혁과 의정발전을 위해 노력하시는 의원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2.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이하 부방연대)는 전국 3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단체로서, 지난 9월 6일 부패방지법과 자금세탁방지법을 국회에 청원한 이후 국회의원 서명운동, 공청회, 시민캠페인 등을 통해 법 제정운동을 벌여오고 있습니다.
3. 지난 96년, IMF 경제위기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시민단체들은 부정부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주장해 왔으며, 국회에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동안 부패방지법은 국민들의 지속적인 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검찰, 감사원의 기득권 유지 주장에 밀려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단 한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15대 국회의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4.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야는 부패방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총선 이후 여야영수회담에서도 부패방지법을 속히 제정할 것을 합의하였습니다. 이에 부방연대는 9월 6일 특별검사제 도입, 공직자윤리규정 및 처벌 강화, 반부패특별위원회 위상 및 기능 강화, 내부고발자보호제도의 실효성 보장 등을 담고 있는 부패방지법을 국회에 입법청원하였습니다. 그러나 11월 25일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반부패기본법은 시민단체와 국민들의 요구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 부실한 내용이어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5. 먼저 부패방지법이 부패방지의 종합대책을 담은 통합법인데 반해 민주당의 반부패기본법은 공직자윤리법 등 기존 법규의 존치를 전제로 하여 부패방지에 관한 기본적인 조항만을 나열한 추상적인 기본법의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본법의 형식을 취하다보니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중요한 부패방지대책이 아예 빠져 있습니다.
6. 첫째, 반부패기본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별검사제를 제외시킨 것입니다. 검찰을 바로 세우는 것은 반부패대책의 핵심입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기소독점과 상명하복의 폐기, 검찰심사회 도입과 재심청구제의 확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개최 등 검찰 개혁방안의 도입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단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검사제마저 도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검찰을 견제하고 개혁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포기한다면 여타의 반부패대책은 실효성없는 생색내기용에 불과합니다.
7. 둘째, 공직자윤리 규정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지 않으면 공직사회의 부패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공직자윤리법은 외국으로부터의 선물 처리규정과 재산등록에 관한 내용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반부패기본법은 공직자윤리에 관한 사항을 별도의 강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어길 경우 사법적 처벌 없이 징계조치로만 그칠 수 있습니다. 뿌리깊은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금품·선물·향응 수수 제한 및 금지된 선물의 처리절차, 업무 외 취업 및 소득의 제한, 이권개입·청탁·알선 제한 등의 구체적인 사항을 엄격하고 세세하게 법제화해야 합니다.
8. 셋째, 반부패특별위원회가 반부패정책 총괄기구라면 위원회 구성상 독립성을 보장하고 조사권을 비롯한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반부패기본법은 반부패특위 위원의 임명에 있어서 사실상 위원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조사권이 없는 반부패특위의 유일한 감시수단인 공공행정기관에 대한 설명 또는 자료제출요구 권한도 국가기밀사항, 수사중인 사항 등 5개조항에 걸친 예외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권한이 없는 자문기구 수준의 위원회가 어떻게 강력한 반부패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시됩니다.
9. 넷째, 내부비리제보자를 확실한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내부고발접수기관인 반부패특별위원회는 조사권이 없어 접수된 신고사항을 단순히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일밖에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위원회는 있으나마나 합니다. 현재도 감사원이나 검찰 등의 수사기관은 비리신고를 받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반부패기본법에는 내부비리제보자에게 신분상의 불이익을 행하거나 위원회의 원상회복 등의 구제조치를 위반할 경우에 대한 사법적 처벌조항이 없습니다. 위원회의 신분보호조치와 관련하여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이라는 단서조항을 두어 위원회의 신분보장조치 요구를 해당기관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한 신분상 불이익의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만약 민주당의 법안대로 된다면 내부고발자보호제도는 법은 있으되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입니다.
10. 다섯째, 부패에 의한 예산낭비신고에 대한 보상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반부패기본법은 신고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임의규정화하고 있는데 일정한 비율의 금액을 기여도에 따라 의무적으로 지급하도록 하여 신고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실히 보장해야만 실효성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11. 이미 16대 국회의원 중 209명이 부패방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실망감과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국민의 반부패 개혁요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올해가 가기 전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도깊은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부패방지법을 제정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2000년 12월 5일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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