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2-11-11   1595

[논평] 부방법 ‘보류’결정은 정치권의 자가당착

부방위 권한강화 반대한다면 특검제 혹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도입해야

부패방지법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지난 금요일(11/8) 부패방지법개정안에 대해 “보류”결정을 내리고 차기정부에서 법안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법안심사에 참가한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부방법 개정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당 대통령 후보의 약속이나 당론과는 배치되는 위원들의 태도는 국회의원의 정치적 소신으로 평가받기 이전에 ‘스스로에게 발목을 잡히는 꼴’이자 ‘부패척결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한 태도다.

이날 법사위 소위 위원들은 “당초 부방법의 입법취지에 따르면 부방위는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기관이 아니라 부패행위와 관련된 신고사항을 검토해 추가적인 조사나 수사가 필요하다면 이를 관련기관에 이첩하거나 고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지금의 권한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부방위의 권한강화를 요구하는 이번 개정안은 법조문상 맞지 않는다”고 부결의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피신고인에 대한 자료제출권, 진술권 등을 부여할 경우 해명의 기회를 줌으로써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부방위 권한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다. 부방법을 제정할 당시 시민사회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 종합적인 부패방지기구 신설을 강력하게 요구했었다. 그러나 국회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형식적인 조사권만을 갖는 부패방지위원회를 신설해 결과적으로 부방위를 절름발이 기관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같은 원죄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부방위의 위상과 역할을 문제삼아 부방위 권한강화에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부방위 위상에 대한 소극적 해석은 정치권의 ‘희망사항’일뿐 국민의 요구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국회가 부패척결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보다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로 부방위의 권한강화를 위해 나서야 했다. 하지만 결국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회는 부패방지라는 더 큰 사회적 요구에 눈감고 말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법안통과를 약속한 정당과 대통령 후보에게 그 책임이 전가될 것이다. 국회가 부방법 통과를 무산시킨다면 이제 특검제 혹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등 부패척결을 위한 보다 강력한 제도와 기관 설립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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