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반부패 2002-11-08   1599

[논평] 개혁입법 처리에 대한 이회창 후보의 약속위반

한나라당과 이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의 유혹에 굴복하고 마는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어제(7일) 부패방지법, 인사청문회법, 의문사법, 국회법 등 4개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정치관계법 및 반부패관련법 등에 대해서는 ‘여야간 견해차’ 등을 이유로 ‘성실히 협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만 밝혀 사실상 이번 회기 처리 의사가 없음을 내비췄다.

이 후보의 이같은 태도는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뒤집는 ‘약속 위반’이며 이 후보의 정치개혁과 부패근절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 법안들이 여·야와 시민단체간의 큰 견해차이로 처리가 어렵다”하고 밝혔지만 이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특별검사제도 도입을 비롯한 검찰청법 개정,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 돈세탁방지법, 공직자윤리법 등은 지난 5년간 한나라당이 줄곧 주장해왔고 민주당 역시 관련법들을 발의한 상태이며 정치권과 시민단체간에도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

아울러 지난 7월과 10월에 각각 한나라당 서청원대표와 이회창 후보가 시민단체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핵심법안은 모두 빼버리고 몇몇 법안만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당시의 약속이 선거를 앞둔 정치적 생색내기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말하는 ‘견해의 차이’가 실제적으로는 제도의 필요성과 법안의 주요 내용의 차이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의 차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갖게 한다. 이 후보가 벌써부터 부패척결과 정치개혁보다 집권 후를 고려한 정치적 부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후보의 말대로 양당간에 이견이 있다할지라도 원내 다수당으로서 의회 운영에 무한 책임을 지는 한나라당은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면 되는 것이지 이를 핑계삼아 법제정을 미룰 이유는 없다.

또한 현재 법사위 논의에서 진행되고 있는 부패방지법 개정 논의의 부실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방법 개정의 핵심은 ▲ 부방위에 접수된 부패행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조사권을 부여하는 것과 ▲ 미비한 공익제보자 보호와 보상장치를 보완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논의되는 조사권의 범위는 의견진술 요구권, 금융거래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등은 아예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공익제보자 보호에 대한 것은 아예 논의조차 없다. 도대체 왜 부패방지법 개정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말들을 송두리째 뒤바꿔 버림으로써 오늘에 이르게 된 김대중 대통령을 기억한다. 이 후보가 다시 그 길을 쫒는다면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다.

최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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