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도덕적 해이 현상, 현 정부의 안이한 대처에서 기인
최근 고위공직자들의 공직윤리부재와 도덕적 해이현상을 드러내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승주 주미대사는 공무를 뒤로한 채 부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고 심지어 그 비용을 동포기업인에게 부담하게 했으며, 나종일 주일대사 역시 자신의 출판기념회 비용을 대사관 관계자에게 부담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앞서 양정철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 참석행사 비용의 일부를 삼성그룹에 부담하라는 압력전화를 해서 구설수에 오른바 있고, 현직 재경부의 수장인 이헌재 장관은 기업체에 부하직원의 취업청탁을 해 물의를 빚은바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현정부 고위공직자들의 윤리의식이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이같은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이를 엄벌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해온 현정부의 안이한 태도 때문이다.
1500여만원에 상당하는 편의 혹은 금전을 기업인으로부터 제공받은 한승주 대사에게 기껏 주의조치만을 내리고서, 일반공직자들에게 3만원 이상의 식사대접을 금지하는 공무원행동강령을 준수하라고 어떻게 강요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 비서관이 아무런 의무 없는 기업체에 대통령참석행사에 비용을 분담하라고 전화한 것을 누가 압력이라고 여기지 않겠는가. 그리고 기업에 대한 막강한 관리감독권을 행사하는 재경부 장관이 부하직원의 취업을 청탁하는 것을 어떤 기업이 단순한 추천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같은 행위가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 현실에서 공직윤리와 부패척결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뿐이다.
그럼에도 고위공직자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대통령은 이를 제재할 의지가 전혀 없으며,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공무원행동강령 위반을 조사하고 조치를 요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패방지위원회는 사실확인마저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유지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과 퇴직후 영리사기업체에의 취업을 금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직무관련자로부터 어떠한 명목의 금품 수수, 인사청탁 등을 금지라고 있는 공무원행동강령은 유명무실할 뿐이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산하에 두겠다고 나서는 부방위가 윤리위반 사건마저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고위공직자의 비리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공정한 권한 행사를 기대하는 것은 결코 힘들 것이다.
부패척결을 최우선의 국정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 첫걸음인 공직윤리의 확립을 위해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은 현정부와 대통령에게 온전한 부패척결을 기대한다는 것 역시 난망한 것이다.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공직윤리 수준은 일반국민 혹은 하위직공무원의 그것보다 훨씬 높다. 고위 공무원들의 윤리위반행위를 훨씬 엄격하게 적용되고 이에 대한 제재내용 역시 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제재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부패방지위원회와 관련기관은 한승주 주미대사, 나종일 주일대사의 행위가 직무관련자로부터 통상적인 관례의 범위를 벗어나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것은 아닌지 즉각 사실확인에 나서야 하며, 양정철 비서관 역시 알선청탁 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아울러 공직윤리와 관련한 법령을 적용하는 데 있어 제도의 미비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방치한다면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 나아가 현정부에 대한 불신만 커져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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