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특검법 논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작금의 특검법 논의를 보면 여당이나 야당 모두 당리당략의 셈법 속에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검찰개혁을 말하지만 어떤 형태의 특검법이 자기 당에 유리할지 계산해 보는 것에는 여야 구별이 없다. 여당으로서는 내심 생색내기 정도의 최소한 개혁을 원할 것이고 야당으로서도 집권 여당으로의 변신을 염두에 두어서인지 특별하지 않은 특검의 형태에 마음이 가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법사위 여야 위원들이 합의한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상설’특검보다 후퇴한 것이다. ‘상설’도 아닐 뿐만 아니라 특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낯간지럽다. 특별검사와 수사팀이 이미 구성돼 있어서 사건이 생기면 즉각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국회가 의결하면 그때서야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수사팀을 구성하는 것이니 ‘상설’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
원래 상설특검이란 상설적 수사기구로서의 특검을 의미하지만, 대통령의 공약에서는 평소에 임기가 보장된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사안이 생기면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축소해 사용하더니, 이제 여야는 그보다도 더 물러서 특별검사 임명절차만 정해두고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사안별 특검으로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려 한다. 이런 특별검사는 제도로서만 존재하는 것이지 상설적으로 임명되어 있거나 상설적인 기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1999년 이래로 지금껏 실시해왔지만 제도 자체의 한계와 운영상의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는 사안별·한시적 특별검사제와 별 차이 없는 ‘제도특검’으로 허울뿐인 검찰개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특검’으로는 특검무용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다.
상설특검의 핵심은 집권세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된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권력의지를 살펴 상명하복에 충실하면 영전의 혜택을 누리지만 법과 양심을 외치다가 밉보이면 좌천되는 조직, 정권과 집권여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조직에서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검사를 두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역대 특검에서처럼 여당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여 수사 개시 여부가 정치적 타협에 의해 결정되거나 아예 특검이 발동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특검의 임명, 수사 대상과 기간이 정치적 힘겨루기와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제도여서는 안된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처럼 정말 특별검사의 공정한 수사가 요구되지만 다수당인 여당이 반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보면 특검법이 어때야 하는지 분명해진다. 그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정부·여당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된 특별수사기구여야 한다. 그래야 진정 ‘특별’검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특별검사는 말 그대로 특별해야 한다. 정규 검사가 하지 못하는, 아니 하려 하지 않은 일들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그 특별성과 차별성이 있는 것이다. 그 어느 정치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정부·여당의 뜻과 상관없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특별수사기구로 상설특검을 도입하는 것이 정규 검사와 다른 특별성과 차별성을 살리는 것이다.
상설적 기구로서 특검 도입이 어렵다면 최소한 대통령의 공약대로 상설특검이라도 도입해야 한다. 특별검사를 미리 임명해 놓으면 적어도 사안이 생길 때마다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정쟁과 정치적 줄다리기는 피할 수 있다. 한발 물러서 제도특검을 도입한다면 발동요건이 여당의 동의에 좌우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3분의 1의 동의 정도로 완화해야 한다. 여야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설특검제도는 무늬만 ‘특별’검사이자 지극히 낮은 단계의 특검이다. 허울뿐인 검찰개혁안,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 이 칼럼은 2014년 1월 22일 ‘경향신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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