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사법권 남용 반성없는 ‘재판 독립’ 주장, 기만이다

법원, ‘사법개혁 반대’ 수단으로 ‘재판 독립’ 활용

재판 독립 훼손에 반성 내놓고, 조희대 대법원장은 책임부터 져야

지난 9월 12일 사법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전국법원장회의가 열렸다.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법원은 “사법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하므로, (최고법원 구성과 법관인사제도) 개선 논의에 있어 사법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밝히며, 대법관 증원 및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등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법개혁 의제에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이 같은 사법개혁 논의가 진행 중인 원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는 없었다. 같은 날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의 독립’을 훼손시키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킨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 조희대 대법원의 대선개입 사태, 내란 수괴 윤석열 구속취소 사태 등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을 묻는 발언은 없었다. 12.3 내란 직후 대법원의 소극적 대응, 지귀연 재판부의 내란우두머리 석방과 재판지연 등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사안에 대한 반성도 없었다. 내부로부터의 재판 독립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법부를 불신하는 시민들이 요구하는 사법개혁에 사실상 반대의 입장을 밝힌 법원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법원장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재판 독립’만 운운하는 것은 ‘재판 독립’을 ‘사법개혁’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기만일 뿐이다.

지난 양승태 대법원장 시기 사법농단 사태 관여 법관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에 그쳤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또한 미약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 사법행정자문회의 신설, 법원행정처 상근 법관 감축 등 부분적 진전을 이룬 부분마저 조희대 대법원장이 뒤집으면서 사실상 사법개혁은 무위로 돌아갔다. 특히 지난 대선 시기 조희대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졸속으로 파기환송 하면서 유권자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정치 개입까지 자행한 바 있다. 대법원장과 법원의 손으로 무너뜨린 재판 독립과 법원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스스로 회복할 것이라 믿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사법개혁 방안을 반대하며 제시된 논거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일 뿐이다. ▲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서는 ‘신속·충실한 재판 구현을 위한 사실심 강화가 우선 과제’라는 이유를 들어 사실상 반대를 표명했으나, 사실심 강화를 위한 법관 충원 등의 대안들에 법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는지 의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재판을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 상근 법관의 수를 확대한 바 있다. ▲ 또한 대법관 추천 위원회 운영과 관련해서도 “현재 위원회의 적정한 운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행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서·오·판·남(서울대 출신, 50대, 판사 출신, 남성)’의 대법관 후보 추천은 지속되어 왔고, 특히 조희대 대법원에서 대법관의 다양성은 더욱 악화됐다. 현행 위원회의 위원 구성부터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클뿐더러 과반수가 법조계 인사로 구성되어 있는 탓이다. ▲ 법관평가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 등을 들어 “외부의 부당한 개입에 대하여는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지키되, 국민의 목소리를 적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사법농단 이후 사법개혁 국면에서도, 법조일원화 추진 및 역행의 과정에서도, 시민들의 개혁 요구를 묵인하며 끝내 법원의 폐쇄적 권력을 지키는 집단이기적 선택을 해왔다.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이 선거 개입이라는 논란이 일었을 때에 법원과 판사들은 침묵했다. 심지어 지귀연 판사의 내란 수괴 윤석열 구속취소, 비공개 출석, 재판 지연 및 궐석 재판 등 윤석열 특혜 의혹과 향응 접대 의혹 등으로 내란 재판에 대한 외견상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사법개혁이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양 우려를 표명하고 재판 독립만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 특위가 내놓은 개혁방안은 지엽적인 의제들로 구성된바,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고 법원행정처를 민주적으로 개편하는 근본적 사법개혁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내세우는 법원의 모습에 시민들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재판 독립’, ‘사법부 독립’이라는 말이 법원을 향한 비판과 개혁을 막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법원은 ‘재판 독립’ 운운하며 사법개혁에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조희대의 사퇴를 촉구하며 법원의 쇄신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럼에도 한치의 반성도 자기교정도 없이 이런 퇴행과 반동을 감행하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신뢰를 상실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의 요구까지 터져 나오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자성과 성찰, 그리고 이에 기한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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