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25-12-05   113193

[논평] 사법행정위원회 논의 충실하게 진행해야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 타파 위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긍정적 

위원 추천 단위, 상근위원 등 세부사항 논의 이어가야  

지난 12월 3일, 더불어민주당 ‘사법불신극복·사법행정정상화 태스크포스(위원장 전현희 의원)’는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주요 골자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7년 3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처음 드러난 이후 무려 9년 여만에 여당이 재발방지 대책으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공식화한 것이다. 사법농단 사태는 법원 스스로 법관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재판을 정권과의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킨 법원의 민낯을 드러낸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사법부는 사법개혁 요구를 ‘사법부 독립’ 운운하며 거부해왔다. 재판권부터 사법행정권에 이르기까지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을 타파할 심의·의결 기구 ‘사법행정위원회’를 설치하고, 법관을 재판이 아닌 사법행정 관료로 전락시킨 법원행정처를 폐지하는 사법개혁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국회는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 사법개혁 논의를 충실하게 진행해야 한다. 

민주당이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법행정위원회는 위원장 1명,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한 13명의 위원으로, 법원의 인사ㆍ징계ㆍ예산ㆍ회계 등 사법행정에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하도록 했다. 사법행정위원회 위원장은 법관으로 재직 중이거나 재직하였던 자를 제외한 위원 중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하고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했다.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논의가 사법농단 재발방지와 제왕적 대법원장 권한 축소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상기할 때, 사법행정 관한 사항을 심의ㆍ의결 권한을 사법행정위원회에 부여한 반면, 대법원장이 대법원의 사법행정사무만 관장하도록 하고,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위원장을 겸임하지 않도록 한 점 등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한이 대폭 축소된 점은 바람직하다. 

개정안은 13명의 사법행정위원을 대법원장ㆍ전국법원장회의 추천 법관 각 1명, 전국법관대표회의 추천 법관 2명 등 법원은 총 4명을 추천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장, 법무부 장관 등 외부기관이 추천하는 위원은 총 9명으로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위원을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했다. 사법행정위원회 구성에 있어 비법관이 과반을 넘도록 규정하고, 위원의 자격요건으로 변호사 자격 등을 요구하지 않아 비법조인이 위원을 역임할 수 있도록 해 법조 직역의 과대표를 해소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장ㆍ법무부장관이 각 1명씩 추천하도록 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서로 영향력을 미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사람은 검사 출신일 가능성이 높은 바 지양돼야 한다.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사단법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등 법조직역 사단법인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사법행정위원 추천 권한을 가질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 대법원장과 전국법원장회의의 추천 대신 법원 추천 몫 전부를 전국법관회의에 위임하는 것이 법원 내 대표성과 민주성 확보에 더 바람직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의 근거 규정을 신설해 대표성이 보장된 만큼 법관들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사회의 민주주의가 반영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상임위원 3명으로 두고 이 중 2명은 법관 또는 검사가 아닌 위원, 1명은 법관위원이 맡도록 했다. 하지만 사법행정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근위원을 3명만 두는 것이 적절한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비상근의 비법관위원의 경우 사법관료들이 제공하는 각종의 다양한 정보에 압도되거나 의제설정권, 심의의결권 등의 면에서 관료적 전문성을 가진 법원사무처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관위원이 상근할 경우 법관으로서의 직무와 사법행정위원으로서의 직무가 이해충돌에 해당될 수도 있는 등 그 직무의 중립성·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법관이 사법행정을 장악하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법관위원의 상근직 겸직을 금지하는 한편, 상임위원은 비법관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법원을 비롯해 일각에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가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며, 사법개혁에 반대하고 있다. 헌법상의 ‘사법권’은 사법행정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며, 사법행정위원회에 비법관 위원이 법관 위원보다 다수를 차지하면 위헌소지가 있다거나,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자체가 헌법 제101조 제1항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법행정’이라 함은 사법작용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행정작용일 뿐, 사법작용이 아니며, 사법행정의 본질은 ‘사법’이 아니라 ‘행정’에 방점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확하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주장 역시 법관의 독립, 재판의 독립으로 봐야 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헌법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사법(법적 판단, 재판)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법부라는 조직이나 사법행정의 독립을 보장되어야 한다기보다,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사법의 독립의 중심이라 봐야 한다. 

사법농단은 대법원장을 필두로 법원행정처 근무 법관들이 법관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진보적인 법관 모임, 학회를 와해시키려 하였고, 상고법원 설치라는 조직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해 재판을 협상수단으로 삼아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킨 위헌위법적 사건이다.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는 사법농단을 일으키고도 자성도 책임자 처벌도 없었던 법원이 감내해야 할 사법개혁 중 하나이다. 국회는 사법행정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 등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끝.

▣ 참고. 참여연대 헌법 개정안(2025.11.27. 입법청원) 중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관련 조항

제120조 ①법원의 인사 및 예산, 사법행정정책 등 법률이 정하는 사법행정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사법행정위원회를 둔다.
②사법행정위원회는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③사법행정위원회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는 6인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4인으로 구성한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
④위원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
⑤위원은 법관을 겸직할 수 없고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와 재판에 관여할 수 없다. 위원은 퇴임 후 6년이 경과하기 전에는 대법관이 될 수 없다.
⑥사법행정위원회의 조직과 운영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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