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재제청 거부 조희대 대법원장 헌법 위에 서려하나

대법관 공석 장기화,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 침해 심각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끝내 공식 거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가 보낸 공문에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가 적혀 있지 않고,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절차적 흠결’을 주장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비추어 수긍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수주 간의 침묵 끝에 내놓은 이번 재제청 거부는 최고사법기관의 수장으로서 최소한의 헌법적 책임마저 내던진 노골적인 ‘정치 행위’에 불과하다. 대법원장이 행정부 및 입법부와의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정면충돌을 선언함으로써, 대법관 장기 공백 사태를 통제 불능의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문언상 ‘사전 협의’가 법률에 적혀 있지 않다는 점을 방패 삼고 있으나, 이는 헌법의 권력분립 원리를 정면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이 대법관 인선을 ‘대법원장의 제청·국회의 동의·대통령의 임명’이라는 분립 구조로 설계한 것은, 사법부의 전문성과 함께 선출 권력의 민주적 정당성을 반영하라는 상호 견제와 조율의 명령이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맹목적으로 도장만 찍는 요식행위가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적격성을 따져 임명을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헌법상 권능이다. 수십 년간 축적된 헌정 관례인 사전 조율을 일방적으로 걷어차고 청와대에 통보하듯 기습 ‘서면 제청’을 던진 것 자체가, 헌법이 요구하는 기관 간 숙의를 파괴하고 자신의 인사권을 관철하려 하는 오만한 권력 행사였다.

무엇보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사법 마비 사태의 원인 제공자다. 지난 1월 추천위원회가 4인의 후보를 올렸음에도 5개월 넘게 제청하지 않고 뭉그적거렸고, 심지어 법원행정처를 통해 추천위원회 후보 판사들에게 ‘재추천 동의’를 종용하는 초법적 무리수까지 저질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출석 압박이 턱밑까지 차오르자 전날 밤 책임을 떠넘기듯 서면 제청을 감행하더니,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선 직후 이제 와서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사유가 불분명하다”며 맞불을 놓는 것은 일방적 책임 전가다. 조 대법원장의 이러한 행보는 대법원장 1인의 제왕적 인사 독점을 지키기 위해 사법부를 정쟁의 복판으로 밀어 넣은 위험천만한 ‘법관정치’의 표본이다.

조 대법원장은 공백 장기화로 인한 국민 불편에 “송구하다”고 말했지만, 말뿐인 유감 표명으로 멈춰 선 재판을 되돌릴 수는 없다. 사법권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법원장이라 한들 국민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볼모 삼아 권력 투쟁을 벌일 권리는 없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독단과 아집을 즉각 버려야 한다. 일방적인 재제청 거부를 즉시 철회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대법관 구성을 위해 대통령과의 실질적인 협의 및 재제청 절차에 당장 착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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