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법무장관 임명 철회 촉구 44개 시민사회단체 공동성명

1. 44개 시민사회단체는 5월 28일 오전 11시 철학마당 느티나무(안국빌딩 신관2층)에서 김태정 법무장관 임명 철회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2.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4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김태정 법무장관 임명철회 촉구 공동성명서’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의심받는 인물은 법무부 장관에 적합하지 않다 ▲검찰내부에서도 검찰개혁의 걸림돌로 지목된 사람

을 사법개혁의 중추로 세울 수는 없다 ▲현직 검찰총장의 법무부장관 발탁 은 검찰청법을 정면에서 뒤엎는 행위이다 ▲최순영 회장의 구속유보, 최순영 회장 부인의 ‘장관부인 로비의혹사건’ 관련 당사자가 법무부장관이 되어서는 수사의 공정성을 기할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하며 김태정 법무장관의 임명철회는 강력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집회 등을 통한 김태정 신임법무장관 퇴진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김태정 법무장관 퇴진 촉구 공동성명

오늘 44개 시민사회단체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5월 24일 개각 발표와 함께 입각한 김태정 신임 법무장관의 임명 철회를 주장하기 위함이다. 이번 개각 중 김태정 법무장관 기용은 정부가 취해야 할 인사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인사이므로 김대중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이를 철회해야 마땅하다. 우리가 김태정 신임법무장관의 임명 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의심받는 인물은 법무부장관에 적합하지 않다. 김태정 신임 법무장관은 이미 검찰총장 재임 중 검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에 숱한 문제를 일으켜 계속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사정개 혁의 추진력 부족과 일관성 결여, 검찰 내부개혁에 대한 방어적 대처 등으로 탄핵의 대상까지 되었던 인물이다. 예컨대 경성 사건 수사 및 정치인 사정에 있어서 수사시기, 대상, 여건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급변하는 수사태도를 보여 급변하여 물의를 빚었다. 대선자금, 총풍 수사 등에서는 검찰총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정치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

다. 자민련 충남지구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이후의 석연치 않은 뒷마무리, 529호실 사건에 대한 형평성을 잃은 수사태도 등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요컨대 정치적 풍향계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면 사정의 일관성과 철저성에 있어서는 검찰의 지휘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검찰내부에서도 검찰개혁의 걸림돌로 지목된 사람을 사법개혁의 중추로 세울 수는 없다.

금년 초 법조비리파문의 와중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주장한 일선 검사들의 서명파동은 아직도 국민의 뇌리에 생생하다. 당시 소장검사들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수뇌부가 검찰의 정치시녀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할 것을 주장했다. 비록 검찰내부의 개혁역량 부족과 검찰특유의 상명하달 구조 속에서 찻잔속의 태풍에 머무르고 말았지만 검찰이 생긴 이래 최초의 집단적 문제제기였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총장은 국민이 원하는 검찰개혁논의를 전면화하기보다는 검찰기득권 유지 및 정권안위 차원의 미봉책에만 급급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지금 정부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 모두가 강력히 요구해온 총체적인 사법개혁 작업에 착수했는데, 검찰 자체 개혁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인사에게 법무행정 개혁의 선봉을 맡길 경우 그 실패가 불을 보듯 뻔

한 노릇이다. 우리는 이 점에서 김태정 법무장관의 임명이 진정한 사법개혁을 위한 기용이라기보다는 검찰을 정부의 완전한 영향력 아래에 두려는 일종의 친위대 확보차원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현직 검찰총장의 법무부장관 발탁은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뒤엎는 행위이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던 김태정씨를 법무장관에 임명한 이번의 인사는 법에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를 정면으로 무시한 처사다.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현 검찰청법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서, 검찰총장이 보장된 임기동안 검찰권을 소신껏 행사하도록 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현직 검찰총장의 법무부장관 임명으로 대통령이 나서서 법을 어긴 셈이 되었다. 지난 법조비리파동 당시 검찰총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대해 법무부 장관 및 대통령은 현행법에 보장된 검찰총장의 임기를 이유로 들어 검찰 총장에 대한 책임추궁을 보류했었다. 이를 번복하고 대통령의 필요에 따라 위법인사를 감행한 것은, 현 정부의 고무줄 법의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상하관계인 신임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처지에 비추어 신임 검찰총장은 전임 검찰총장이었던 법무부장관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됨으로써 임기제의 기본취지는 무색해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 자명하다.

최순영 회장의 구속유보, 최 회장 부인의 장관부인 로비의혹사건의 관련당사자가 법무부장관이 되어서는 수사의 공정성을 기할 수 없다. 최순영회장의 외화도피사건 수사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기소가 충분할 정도로 수사가 진척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유보지시를 내려 최씨의 구속이 6개월여 지체된 바 있다. 심지어 이종기 변호사 비리 사건 당시 일선검사들조차도 이 구속유보조치를 거론하며 검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었다. 김태정 총장 부인이 연루된 이번 장관부인 옷선물사건은 최순영 회장측의 구속회피 로비의 실태를 확연히 드러내 주는 중요한 단 서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당시 이 사건수사를 지휘했던 검찰총장 출신의 법무부 장관 아래 있는 검찰이 이를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미 최순영 사건에 관한 한 김태정 신임법무부장관 자신이 관련당사자가 된 만큼 이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리로부터 물러나는 것이 당연하다. 진실은 향후 밝혀지겠지만 지금 이 단계에서도 도덕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야 하며 대통령 역시 서둘러 장관 임명을 철회함이 마땅하다.

국민의 정부는 정치적 가신그룹에 의해 통치되지 않고 국민의 지지와 개혁의지를 기반으로 존립해야 마땅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진정으로 이 정권을 국민의 정부로 역사에 남게 하고, 새로운 독재라는 치욕을 면하려면 정당성 없는 법무부장관 임명을 철회하는 길 밖에 없다.

1999. 5. 28.

김태정 신임 법무장관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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