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주장은 헌법상 정치적 책임을 물을 사안, 신 총장은 사퇴해야
1. 한나라당에 의해 검찰총장 탄핵안이 제출되었다.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공직자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경우 국회가 탄핵을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신승남 총장의 위법내용은 검사의 정치적 중립의무위반, 증인불출석, 직권남용 등이다. 이같은 내용이 법률상 탄핵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 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에 있으며 이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은 국민다수의 요구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지는가 하는 것이다.
2. 우리는 야당이 주장한 내용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며, 그에 대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수뇌부가 비판받을 만한 점이 충분히 있음을 인정한다. 우리는 최근에 들어서만도 여러차례 검찰의 행태에 대해 강력한 비판과 제도개혁을 촉구해왔으며, 검찰총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이 내세운 주장만으로 헌법상의 탄핵사유가 되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을 달리한다.
탄핵은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을 정도로 혐의가 명백하고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지른 공직자에 대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원칙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에 대하여 구체적인 범법행위 없이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면에서 현재 야당이 주장하고 있는 탄핵사유는 법률적 책임을 묻기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
그 이유는 각종 의혹사건에서 신승남 총장의 위법행위나 직권남용 혐의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도 일반적인 지적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증인 불출석 역시 탄핵을 받을만한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탄핵안은 명백히 부당하다기보다는 “다소 부적절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고 본다.
3. 그렇지만 검찰총장 탄핵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이유는 검찰의 정치적 편파성과 각종 비리연루, 권력형 사건의 축소·은폐 등의 문제점이 계속 터져나오고 있어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이 어떤 종류의 제도개혁도 시도하지 않으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남 총장은 검찰의 총수로서 이러한 검찰권의 오·남용에 대한 정치적 책임과 동생의 비리연루 사실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바로 그런 점에서 그는 검찰조직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본다.
신승남 총장의 행태에 대해 더욱 개탄하는 것은 그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검찰의 조직논리에만 매몰되어 있어 조금도 자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이런 모습은 과거 총장에게서도 익히 보여왔던 바이며, 그것이 검찰조직과 이 나라의 사법체계에 엄청난 폐해를 안겨주었음을 경험했다. 이런 행태는 검찰수뇌부에 대한 염증과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야당의 탄핵안이 약간의 법률적 부적절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신승남 총장의 이같은 행태에도 기인하는 바 적지 않다. 때문에 조직에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도 그의 자진사퇴는 필요하다.
4. 우리의 우려 중의 하나는 검찰총장의 인적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단지 이름만 바뀐 채 같은 제도적 틀 속에서 같은 행태를 반복할 것이라는 점에 있다. “구관”도 “신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검찰총장 탄핵문제가 아니라 검찰개혁의 문제이다. 이용호 게이트 이후 여야 구분 없이 철저한 검찰개혁을 주장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검찰을 향한 불신과 개혁 요구가 검찰총장 1인에게 집중되면서 제도개혁문제는 뒷전에 밀려나고 말았다. 제도는 개혁 않고 ‘검찰길들이기’만 되어선 안된다.우리는 권력에 나약한 검찰을 원치 않는다. 그를 위한 토대로서 우리는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인사청문회법 개정 등 제도개혁이 최우선의 과제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시는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지 않는 총장,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하도록 지휘하는 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본질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국회는 검찰의 잘못을 매섭게 추궁하되, 탄핵의 주장을 검찰제도개혁의 의지로 승화시키는 정치적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바람직한 검찰상의 구축이라는 과제 앞에서 정치권의 책임은 검찰의 책임보다 가볍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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