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4-08-27   1851

인권보호 효과 생생히 입증한 배심제 모의재판

엄격한 증거주의 채택으로 서류에 의한 형식적 재판 방지

사법개혁위원회(위원장 조준희)가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개최한 ‘배심·참심 모의재판’에서 형사 피고인에 대한 인권보호 효과가 입증돼 앞으로 사법절차에 시민참여를 확대하려는 사개위 개혁 논의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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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추정 원칙 지켜낸 배심제 모의재판

이날 모의재판은 그동안 형사 피의자와 피고인에 대한 무리한 기소와 판결로 인권침해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기존 형사재판의 문제점이 시정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거주의, 시민의 상식에 입각한 법률 용어 사용과 재판 진행 등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배심제가 피고인 인권보호에 획기적인 개혁방안이라는 점은 기존의 형사재판 과정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현행 형사재판은 검찰측이 판사에게 피고인의 유죄를 증명하는 조서나 서류를 제공하고 변호인이 이를 서류로 반박하는 방식으로,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형식적인 검토를 거쳐 피고인의 유무죄가 결정되기 때문에 피고인의 인권보다 수사와 재판의 효율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자주 지적돼 왔다.

이에 비해 배심제는 배심원에게 조서나 서류가 제공되지 않으므로 수사기관은 피의자에게 무리하게 자백을 강요하지 않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게 수사기관이 자백보다는 물증 확보에 노력하게 만들고, 수사과정에서의 적법성과 인권보호 효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이날 배심제 모의재판에서도 검사측은 4명의 증인, 피고인이 범행시 착용한 옷, 목격자가 경찰서에서 범인을 지목하는 과정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 등을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는 모두 확실한 증언이나 물증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변호인은 이 점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져 검사측의 논리를 반박해 나갔고, 유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만장일치가 필요한 배심원단에게서 결국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런 구두변론에 의한 엄격한 증거주의 채택 결과 증인에 대한 상대측의 부적절한 질문 혹은 유도성 질문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 측으로부터 모두 “이의 있습니다”로 시작되는 이의 제기가 증인 신문 내내 끊이지 않았다. 판사는 검찰 또는 변호인 측의 이의 제기에 대해 “이의제기를 인정합니다” 또는 “기각합니다”로 답했다. 판사는 또한 정당한 이의제기에 대해서는 배심원에게 “배심원단은 방금 질의와 그 질의에 대한 답변을 유무죄 결정에 전혀 고려해서는 안됩니다”와 같은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마치 법정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살아있는 재판이 재현된 것이다.

사개위 전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인섭 교수는 “배심원은 오직 법원에 제출된 증거를 관찰하고 그에 기초해서 얻어진 인상을 통해 구체적 사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되므로 구두변론주의, 직접주의, 집중심리주의가 확립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날 배심제 모의재판은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재정립하는 데도 배심제가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검찰측 나름대로 증인과 증거를 충실하게 제출했음에도 배심원단의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은 배심제가 무죄추정의 원칙을 실질화하는데 효과가 큰 것을 보여준 것이다. 배심제는 배심원단이 유죄판결을 내리기 위해서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다. 모든 형사범죄의 입증에는 검찰에게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는’ 정도의 입증책임을 지우는데, 배심제의 만장일치 유죄결정 제도는 검찰의 이런 입증책임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을 설득해야 하는 배심제는 또한 어려운 법률용어의 사용으로 일반 방청객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형사재판의 관행에도 제동을 걸 수 있다. 이날 진행된 모의재판은 용어와 절차에서 지켜보는 대부분 방청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진행됐다.

모의재판을 지켜본 한 대학생은 방청객 소감을 묻는 자리에 “전에 한 번 방청한r 형사재판과 비교했을 때 오늘 지켜본 배심제 모의재판은 증거나 주장이 명확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해가 쉬웠다”면서 “배심제나 참심제 같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자리였다”고 밝혔다.

배심제 도입될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배심제가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배심제는 기존 형사재판절차의 일대 변화로서 형사소송법과 관련 법령의 대대적인 손질을 요하는 데다, 배심원 선정과 관리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특히 검찰은 물론 변호사단체 역시 엄격한 증거주의 채택에 따른 부담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

현재 사개위 구성원들의 경우 약 50% 정도가 배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배심제 도입을 주장하는 사개위 인사들은 형사소송법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과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배심제로 가는 과도기에 참심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다.

참심제는 덕망과 학식이 있는 인사가 시민판사로 참여해, 전문판사와 함께 유무죄 판결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유죄일 경우 형량 결정에도 참여하는 제도다. 오늘 이뤄진 참심제 모의재판은 전문판사 3인, 시민판사 2인으로 판관단을 구성했고, 유죄 판결을 위해서는 4인 이상의 판사가 유죄 결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됐다. 따라서 이날 모의재판에서 도입된 참심제는 2인의 시민판사 중 1인 이상이 유죄판결에 동의했을 때만이 최종 유죄판결을 이끌 수 있다.

장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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