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재벌임원 부당내부거래 배임죄 무혐의 결정에 대한 입장
1.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부(부장검사 황윤성)는 참여연대가 지난 98년 10월에 고발한 5대 재벌 임원들의 부당내부거래과 관련한 배임죄 고발사건에 대해 피고발인 82명중 81명을 무혐의처분하고 1명에 대해서도 기소를 유예하는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너무나도 터무니없고 수준이하인 무혐의 결정근거를 제시하는 검찰의 ‘용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검찰이 재벌에 굴종하는 정도의 심각성에 경악한다.
2. 이 사건은 98년 10월에 접수된 사건으로,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데 걸린 시간은 꼬박 만 6년이다. 고발대상이 된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가 98년 8월에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를 발표한 사건으로, 그 실체를 접근하는데 6년이나 소요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로 결정짓기 위헤 6년을 소비한 셈이다. 하지만 6년 동안 고심해서 내린 무혐의 결정의 근거를 접하고서는 그 근거의 빈약함과 불공정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러한 근거를 발표한 대한민국 검찰의 ‘용기’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전혀 법적 타당성이 없다.
3. 이하에서는 검찰의 무혐의결정 근거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며 그 부당함을 지적한다.
○ 우선 검찰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를 규율하는 요건과 형법이나 특경가법상의 배임죄를 적용하는 요건이 상이하다고 하면서 검찰은 업무상 배임은 소속회사에 대한 임무위배로 인한 손해발생 및 그에 대한 인식을 요구한다면서 이번 사건에 있어서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해발생은 반드시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2.7.22 2002도4229)가 있을뿐만 아니라 이 사건들에 있어서 손해는 실제로 발생했다.
그리고 손해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서도 확정적 인식이 필요없고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배임죄 적용은 가능하다. 즉 “배임죄에 있어서 배임의 범의는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염려가 있다는 인식과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의 이득을 얻는다는 인식이 있으면 족하고 본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다는 의사나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득을 얻게하려는 목적은 요하지 아니하며,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하다”(대법원 2004.7.9 2004도810).
재벌그룹 임원으로서 계열사 주식을 고가로 취득하거나 부당한 조건으로 채권을 매입하거나 수 년동안 대여금을 회수하지 않는 행위를 통해 재산상의 손실발생 또는 손실발생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도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는가? 오직 검찰만이 기업측의 그러한 말을 믿는 것인가?
○ 다음으로, 검찰은 지원금액을 모두 상환받아 실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선 실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부당지원행위 모두가 원상회복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전후해서 차후에 손해부분을 회복했다 할지라도 이는 “일단 손해의 위험성을 발생시킨 이상 사후에 담보를 취득하였거나 피해가 회복되었다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4.3.26. 2003도7878)를 검찰이 무시한 것이다. 만약 도둑질을 하였는데 검찰과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는 것을 감지하고 도둑질한 물건을 되돌려주었다고 검찰은 절도혐의가 없다고 할 것인가?
○ 다음으로 검찰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계열사에 대한 상호출자 또는 상호지급보증관계에 있는 타 계열사의 일시지원으로 배임의 범의를 인정키 곤란하다고 하며, 특히 지원대상 기업의 도산이 가져올 더 큰 손해를 방지하기 위한 지원조치라는 기업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모두 도산할 절박한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으며, 또 도산할 가능성이 있다손 치더라도 자금 지원 여부에 대한 급박하고도 객관적인 필요성 조사도 없이 단지 계열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회사의 이익을 포기하고 계열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정상적인 경영상의 판단으로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검찰은 이미 부실계열사에게 지급보증을 해주거나 출자를 한 재벌계열회사의 주주나 임원을 배임죄로 기소하여 유죄판결을 받아낸 사례가 있다(구 기아자동차, 대우, 거평그룹 등). 검찰은 이번 재벌들에 대한 무혐의 결정으로 과거 외환위기를 가져왔던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고 자기부정을 할 작정인지 반문하고 싶다.
○ 끝으로 검찰은 자금지원액수가 소규모여서 합리적 경영판단 범위를 일탈하지 않았다는 것을 무혐의 근거로 제시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에버랜드에 15억원을 지원하는 등 6개 계열사에 106억원을 지원했고, LG반도체의 경우도 4개 계열사에 75억원을 지원하는 등 계열사별 지원금액이 억대에서 100억대에 이른다. 몇 백만원도 아니고 수십억원씩을 지원하고 그만큼 손실을 입은 것인데 이를 합리적 경영판단 범위에 들어간다고 하는 것이 대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횡령금액이 큰 피의자는 횡령죄를 적용하지만 횡령금액이 적은 경우는 면책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손실발생 금액의 정도에 따라 선고형량에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검찰의 법적용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은 그 어떤 말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4. 검찰은 6년동안이나 이 사건을 끌어왔다. 지난 대선자금 수사를 지켜보면서 검찰이 변화했는가를 두고 많은 이들이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검찰의 굴종은 이번 사건 처리에서 명백히 확인되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이 ‘재벌측 변호사들의 논리’를 그대로 들고 나온 것에 경악스럽다. 그리고 죽은 기업인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도 있었다고 하면서 살아있는 재벌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하는 검찰의 모습은 정치권력보다 더 강력한 권력인 재벌앞에 굴종한 검찰을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결정문을 수령하는 즉시, 항고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며, 검찰청앞 집회 등을 통해서 재벌에 굴복한 검찰을 규탄하는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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