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대법관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볼 이유가 무엇일까?

신영철 대법관 후보자, 적임자인지 여전히 안 드러나


대법관직의 무게감이나 사형제 관련 답변은 기대에 못미쳐
대법관 이후 변호사개업 않고 다른 길 희망한다는 답변은 다행스러워

이틀 전(10일) 국회는 신영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신영철 후보자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인사에 대한 인사의견서를 발표한 바 있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번 인사청문회에 앞서 신 후보자에 대한 인사 의견을 발표하지 않았다. 신 후보자의 특성을 잘 보여 줄 수 있는 사건이나 사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신 후보자가 대법관에 적임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아도, 신 후보자가 인권과 정의에 투철하고 사회적 소수자 보호 등에 있어 다른 법조인들에 비해 더 뛰어난 점이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한 판결사례가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거니와 청문위원을 통해 지목된 것이 없고 심지어 인권과 사회적 소수자와 관련한 판결을 맡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다분히 ‘무색무취’한 판결성향을 가진 후보자 아닌가 하는 인사청문회 이전의 판단만 재확인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06년에 2000년 이후 임명된 대법관 13명과 관련하여 대통령이 국회에 제시한 임명동의 요청사유를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결과를 보면, 2003년 대법관 구성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힘입어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임명된 대법관 5명의 경우는 사법개혁과 인권옹호에 남달리 뛰어났던 법조인이나 노동, 여성 등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분야에 관계된 법조인이 추천된 경우였지만 나머지는 그다지 대법관으로 특별하게 적임자임을 입증할 판례나 활동경력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바가 없었다.

국민들의 생활과 인권 등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칠 대법관인 만큼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말 적임자인지를 믿어 의심치 않을 인물이기를 바라는데, 이번 경우도 큰 흠결없는 인물에 그친 것은 아닌가 싶다.


게다가 신 후보자의 답변중에는 인권문제에 대한 소신이나 대법관직의 무게감에 대한 인식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도 있었다.

신 후보자는 사형제도가 문명화된 국가에서 사라져야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인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고 답변하였는데, 최근 불거진 흉악범죄 사건에 따른 사회적 여론이나 사형제를 옹호하는 청문위원들의 분위기에 밀려 소신을 접는 듯한 모습이었다.간통죄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폐지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고 답했지만,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처벌할 수밖에 없고, 다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대체복무제의 길을 열어 둘 수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것의 반인권적 성격을 가벼이 여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김황식 당시 대법관이 대통령이 제안한 감사원장직을 수락하여 대법관 임기 6년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중도 사직한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하는 질문에 답한 내용도 우려스럽다.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대해 신 후보자는 자신은 대법관 임기를 다 지키겠다고 하면서도 그런 제안을 받아들여 대법관직을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개인적 판단사항이라고만 답했다.

신 후보자의 이런 답변은 한편으로는 대법관이라는 자리가 얼마든지 중도에 버리고 다른 좋은 자리로 갈 수 있는 가벼운 자리라 보는, 즉 대법관직이 가지고 있는 그 엄중한 국민적 책임을 깊이 숙고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한다. 그게 아니라면 신 후보자의 답변은 자신보다 선임이었던 김황식 전 대법관을 고려하여 김 전 대법관의 처신에 대한 비판을 포기한 것인데, 이 경우라면 소신보다는 개인적 인연을 앞세운 답변이 된다. 어떤 경우든 대법관이라는 자리가 가지고 있는 막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어떤 비난이 오더라도 소신을 지켜 대법관으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는 의지가 충분한지 의구심이 든다.

즉 대법관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중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강한 소신과 기개’를 가진 대법관 후보자라는게 드러나지 않아, 과연 미국 연방대법원에 비견할 만할 정책법원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대법원의 기본방향에 부합하는 인물인지 알기 어렵다.


다만 신 후보자는 대법관들이 퇴직한 후에 변호사로 개업하여 ‘전관예우’ 또는 그와 관련한 사법불신을 조장하는 현실과 관련한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대해 기존 일부 대법관 후보자에 비해 진전된 답변을 내놓았다.
신 후보자는 단호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은 대법관에서 퇴직을 한 후에는 변호사로 개업하거나 로펌에 영입되는 것보다는 후학을 양성하거나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더 좋겠다고 답했다.

이는 그동안 비슷한 질문을 받은 일부 후보자들이 신중히 생각해 처신하겠다고만 답했던 경우에 비하면 진전된 답변이다. 신 후보자가 만약 대법관이 된다면, 임기가 끝나는 6년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한 답변대로 이행하기를 기대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우리는 신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인지를 보여줄 결정적인 사유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반대로 신 후보자가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대법관직에 가장 적임자인지도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신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아 2월 17일에 대법관에 임명이 된다면,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 사회경제적 정의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입각한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대법관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주길 기대하며 기존의 판례중 잘못된 것이 있다면 소신을 다해 바꿀 것을 요청한다.

JWe2009021200.hwp

논평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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