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변신 혹은 부활
법집행기관 및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이 최소한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고 인권수호기관으로서 변모하였을 것이라는 소망이 환상에 불과했음을 확인하는 데는 MB정권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과거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해 거침없이 칼끝을 겨누었던 기개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에서와 같이 정권안보기구를 자임하면서 그 역할에 몰입해 가고 있는 모습이다. 법집행기관으로서 각종 부패범죄와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사건들을 공평무사하게 사법처리하여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임무 역시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준사법기관으로서 범죄와 다양한 국가권력의 횡포·불법행위로 부터 시민들의 인권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법질서 확립을 앞세우며 시민들의 기본권을 억누르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년간 검찰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문제점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수사, 대표적 보수신문인 조선·중앙·동아일보 광고주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 촛불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엄정·신속한 사법처리, 정연주 前KBS사장에 대한 배임혐의 수사, 저인망식의 대대적인 공기업비리 수사,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수사, 인터넷포털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 국가보안법위반 공안사건의 부활 등으로 이미 정치권력에 유착된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前청와대비서진들의 국가기록물 유출의혹 수사, 신성해운 로비의혹 수사, 농협의 휴켐스 헐값매각의혹 수사, 부산자원 특혜대출의혹 수사, 강원랜드 수사 등 검찰을 동원한 前정권사정의 악습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대통령 영부인의 사촌인 김옥희씨 공천비리사건, 유한열 前한나라당 상임고문의 군납비리사건, 대통령 사위의 주가조작사건 등에서는 검찰이 매우 소극적인 수사태도를 보이고 있다. 용산참사에 대한 부실·편파수사도 있다. 전부 검찰수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대목들이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을 해석·적용·집행하는 법원과 검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데 법집행기관인 검찰 단계에서 법규범의 해석이 왜곡되고 집행권한이 남용될 때 우리사회 법치주의의 모습은 심히 일그러지고 왜곡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후퇴’에 기여한 검찰
MB정권이 가장 주목한 것이 언론사였다. 방송장악 나아가 언론장악이 보수정권 연장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MB정부는 대다수 언론인들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YTN과 KBS에 낙하산 인사를 감행함으로써 방송장악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가시화 하였다.
이러한 MB정권의 언론사 장악에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 검찰이다. 검찰은 지난해 8월 12일 정연주 前KBS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긴급체포하여 조사한 뒤 8월 20일 기소하였다. 정치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반민주적인 행태에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이 해결사로 나섰다.
MB정권의 언론탄압에 검찰이 총대를 멘 또 다른 사례는 바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에 대한 수사이다. 수사를 담당하던 부장검사가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결국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정치권의 지휘를 받는 검찰 수뇌부와 일선 수사진 사이에 갈등이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애당초 MB정부의 비판언론 재갈물리기에 검찰이 무리하게 나섰음을 반증하는 사건이다.
MB정부는 사이버 상에서도 비판적인 국민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구속’이다.
인권의 후퇴를 방조하고 침해하기도 한 검찰
인권의 보호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스스로의 주장과는 달리 인권수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나서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외친 결과, 작년 서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연행한 시위자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기소를 진행하면서도 과잉·폭력적 진압으로 고발된 경찰관들에 대한 수사는 매우 미온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 또한 시민 5명과 진압경관 1명의 소중한 목숨이 희생된 용산참사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도 농성참가자들에 대한 기소에 있어서는 엄정하면서도 경찰의 과잉진압 및 과실부분에 대해서는 부실한 조사 끝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경찰의 법집행에 불법은 없는지,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감시함으로써 불법적인 공권력의 행사로부터 시민들의 인권을 지켜주어야 할 검찰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증거가 명백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는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도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현대 형사절차의 기본이념에 반하는 반인권적 수사행태이다.
국민을 억누르는 ‘공안검찰’로 부활
검찰은 지난 2005년 참여정부시절 사라졌던 공안3과를 부활시켰고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격상·정례화 하는 방침을 검토하는 등 공안파트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집회시위에 대해 엄정한 대처방안을 담은 ‘2009년 공안부 운영 방침’을 천명하기도 하였다. 동시에 경찰의 법집행에 대해서는 관용 및 면책의 방침을 밝혀 경찰의 강력한 집회시위진압을 독려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여론통제를 위해서는 서울중앙지검에 사이버전담 수사 부서를 설치하고 200명의 전산직 공무원들에게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에서와 같이 분단보다는 통일을 이야기하고 남북대결보다는 남북대화를 주장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동조보다는 건전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이제 다시금 친북좌익이나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세력으로 낙인찍혀 공안당국의 탄압을 두려워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MB검찰의 지난 1년은 실망 그 자체였다. MB정부가 독선적인 정치행태를 고집하면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인권을 후퇴시키며 공안 통치를 강화해 나가는데 검찰이 충실한 도구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과거 검찰에 쏟아졌던 ‘정치검찰’ ‘권력의 시녀’ ‘정적탄압 및 정국장악의 도구’ ‘인권침해 기관’이라는 오명을 현재의 검찰이 다시 뒤집어쓰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그리고 검찰 자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세계경제규모 13위의 수준에 걸 맞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검찰’ ‘민주화의 가치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검찰’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갖고 싶다. 국가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낙후된 정치수준에 검찰이 동반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