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당시 삼성그룹의 승계를 준비하던 이재용 회장(이하 이재용)은 그룹 내 가장 핵심적인 회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해야 했다. 그래서 삼성 측은 이재용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과 삼성전자의 지분을 많이 보유한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비율로 합병하기로 계획했다.
이때 박근혜가 이재용에게 최순실과 정유라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이재용은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해 그 요구에 응했다. 삼성 측은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 여러 불법적 수단을 동원했고, 박근혜의 압력으로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이 합병에 찬성하면서 합병이 성사되었다. 삼성물산 주주인 공단은 삼성물산에게 불리한 합병에 반대해야 했지만, 이재용의 뇌물을 받은 박근혜가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합병을 지시했고, 그 결과 공단은 합병에 찬성한다. 이후 박근혜 탄핵과 국정농단 수사가 이루어지며 이재용, 박근혜 등 합병 관련자들은 대법원에서 뇌물죄 및 배임죄로 징역을 선고받았다.
탄핵 이후 삼성물산의 해외주주였던 미국 자산운용사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8년 한국 정부에 각자 ISDS(국제투자분쟁)1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합병에 개입해 손해를 봤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중재판정부는 2023년 엘리엇의 ISDS에 대해 5,358만 6,931달러 배상 판정을, 2024년 메이슨의 ISDS에 대해 3,203만 876달러 배상 판정을 선고했다. 연복리 5%의 지연이자와 법률비용까지 더해 한화로 계산하면 최근 환율 기준 각각 약 1,500억 원, 8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중재판정부는 합병 관련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한국 사법부의 판단을 근거로 들었다.
불복소송은 승소 가능성이 낮고 지연이자와 법률비용만 늘어나니 그것보다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법무부는 불복절차를 강행했고, 계속 패소하고 있다. 그동안 지연이자도 계속 불어나고 있다. 두 ISDS 배상금을 합친 2,300억 원의 연 이자 5%를 하루 단위로 나누면 매일 약 3,000만 원씩 이자가 늘어나고 있다. 모두 우리가 피땀 흘려 낸 세금이다.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으로 막대한 세금이 유출될 상황에 처했다. 재벌총수가 불법합병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는 대가로 온 국민이 피해를 입었다. 우리가 이 모든 피해를 감내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재용, 박근혜 등 세금 유출을 초래한 삼성 불법합병 책임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돈을 받아내는 것이 응당 국민을 위한 정부의 책무다. 그들의 죄는 이미 대법원에서 인정되었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 외국인 투자자와 피투자 국가 간 발생한 분쟁해결 절차. 자세한 설명은 [참여연대사전] 국제투자분쟁 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글 김윤진 경제금융센터 활동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