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책장] 아무튼, 사전

사전을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왜인지 모르게 완전하다는 느낌을 받으시진 않나요. 저도 사전이라는 단어를 믿고 맡기는 ‘표준’에 가까운 용법으로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또 사전을 인쇄된 출판물의 형태로 떠올리는 분들에게는 더욱 고정되고 불변할 것 같은 이미지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사전은 불가능한 기획이라고 말합니다. 완전하다는 환상을 주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언어를 잠시 붙들어서 고정해 두려는 시도이기 때문이죠. 모든 언어는 매 순간 변화합니다. 의미가 추가되거나 삭제되고, 형태가 아예 변화하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건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기표와 기의가 따로 노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 언어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허망하죠. 저는 이 사실을 깨달은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자주 지칩니다.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들 역시 그렇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허황된 노력을 기울여 불가능한 완벽에 도전하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는 나아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도 자명합니다. 그들은 어떤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까요. 바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완벽한 사전은 없지만, 더 나은 사전은 있습니다. 변화가 완벽하지 못한 것들의 부산물이 아니라, 완벽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마땅한 작업으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어차피 완벽할 수 없으니 멈춰 선다면, 그 때문에 더욱 완벽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모두가 유념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세화 선생님의 책을 뒤적이다가 이 문장을 찾았습니다.
“비단결이 고운 것은 올이 많아 섬세하기 때문이다. 자유인은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는 사유의 올들에 하나의 올이라도 더 보태거나 수정하여 조금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세상을 인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비단결이 고운 이유는 하나의 올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더 많은 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언어, 더 나은 기술, 더 나은 나를 끊임없이 추구하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됩니다. 그걸 포기한다는 것은 ʻ표현의 자유’도 ʻ굳이 안 해도 될 일을 안 하는 안락함’도 아닙니다. 그저 도태일 뿐입니다.
글 권동원 미디어홍보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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