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0년 09월 2000-09-01   907

시민단체 회비의 공익 효과

적은 기부금으로 ‘혈세’를 지켜드립니다

아름답게 돈 쓰는 재단. ‘아름다운 재단’이 지난 8월 22일 발족했다. 기본 취지는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 본지는 이를 계기로 ‘기부문화 연중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편집자 주

강원도 원주시에서 한 물류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는 진태용(39세) 씨는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 회원이다. 대학시절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그는 3년전부터 일종의 채무감으로 이 단체 회원으로 등록했다. 사회 민주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가 내는 회비는 한달에 2만 원. 그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돼 매달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로 전해진다. 가끔 단체 사무실에 들러 활동가들과 술잔을 돌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믿는 동지’들이지만 때론 회비가 어떻게 쓰여지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진씨가 내는 회비는 일종의 정액기부금.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기부금이 곧바로 소년소녀가장 등 사회적 약자에게 전달되는 ‘즉자적 효과’를 내지만 소위 공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시민단체의 기부금이 구체적으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같은 공익 효과를 액수로 환산한다는 게 제한적이지만 한번 시도해봄직도 하다.

진씨가 회비를 내는 원주참여자치시민센터의 회원은 150명이다. 매달 이들이 내는 회비는 150만 원 정도. 85만 원의 월세 포함 사무실 운영비 400여만 원에 크게 미달되는 액수이다. 부족분은 강좌사업 등을 통해 채워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상근 활동가 3명의 월급은 사실상 없다. 이 단체가 운용하는 차 2대의 기름값과 개인적 차비 등을 포함해 1인당 가져가는 돈은 한달에 40∼50만 원 미만이다. 차포 떼고나면 밥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회원들의 회비에 힘입은 이들의 공익적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이 단체는 다방면에 걸쳐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중 자치단체의 예산감시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이 단체는 지난 98년 원주시의 예산낭비사례를 적발해 시정을 요구, 전체 예산안의 1.8%에 해당하는 32억 2,000만 원을 삭감했다. 또 99년에는 전체 예산안의 8.7%에 해당하는 50억 7,000만 원을 삭감했다. 이는 서민들의 주머니 돈에서 나가는 ‘혈세’다. 이 단체로 들어오는 연간 1,800만 원의 회비가 250배가 넘는 공익 효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이는 이 단체가 벌이는 극히 일부의 사업일 뿐이다. 여타 사업의 공익 효과를 합한다면 아마도 엄청난 수치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안산경실련이 10억 2,000만 원의 예산을 삭감한 것을 포함해 강릉·수원경실련, 익산시민센터, 천안 YMCA, 군산참여자치시민센터 등 전국에서 자치단체 예산을 감시하는 단체들의 공익 효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참여연대가 벌인 전파사용료 폐지운동도 공익효과를 액수로 환산할 수 있는 좋은 예다. 당시 무선휴대통신 가입자는 1년에 1만 2,000원씩 전파사용료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전파사용료는 사용량에 비례해 부과하는 것이어야 하는 데 당시 제도는 전파사용여부와 상관 없이 지정된 주파수별로 정액부과하는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지난 98년 이동통신업체 휴대전화 가입자로부터 2,554억 원의 전파사용료를 거둬들이고 이중 전파 관련 인건비 1,476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액수는 다른 사업에 전용한 사실을 들어 조세성격의 전파사용료 폐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결국 정부가 이에 승복해 전파사용료는 폐지됐다.

당시 무선휴대통신 가입자는 2,000만 명. 결국 2,400억 원의 국민의 재산을 지킨 셈이다. 올해 들어 사용자가 2,500만 명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환산하면 3,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의 국민 주머니 돈을 지킨 셈이다.

시민운동지원기금 양용희 사무총장은 “시민운동의 성과는 모두 시민을 위한 것인데도 막상 시민들은 회비 등 기부금을 내는 데 인색하다”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만큼 시민들의 혜택도 늘어난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나마 인색한 우리사회의 기부금중 시민단체로 흘러들어가는 돈은 10% 미만일 것”이라며 “사회복지쪽에 흘러들어가는 돈은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직접 서비스 성격이 강하지만 효과 측면에서 봤을 때 가시적이지는 않더라도 시민운동의 공익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기 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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