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24-10-30   10354

[성명]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견에 반대한다

북러 간 통상 군사협력을 넘어서는 침략 지원은 국제법에 위배
북한 파병 비판과 더불어 과거 한국군 파병에 대한 성찰 병행돼야
참관단 파견도 파병, 국회 동의 없는 위헌적 국군 파견 멈춰야
북러 밀착은 한미일 밀착의 부작용, 윤 정권 ‘힘을 통한 평화’ 재고해야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10월 28일(현지시간) 북한이 훈련을 위해 병력 1만 명을 러시아 동부로 파견했고, 그중 일부는 이미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역시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북한군이 이 전쟁에 직접 개입한다면, 그것은 통상적인 북러 간 방위 협력의 수준을 넘어서는 국제법에 반하는 침략전쟁 지원 행위에 해당한다. 우리는 북한군의 참전에 반대한다.

지난 10월 25일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의혹에 대해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역시 28일(현지시간) 북러 간 협력은 조약에 따라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맺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제4조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 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에 따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이뤄진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은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한 곳이기에 제4조 적용 대상에 해당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선제 공격에 의해 시작되었다. 전체 전선의 일부에 쿠르스크 지역이 포함됐다 하더라도 러시아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국제법적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북한군의 참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이 전쟁을 더욱 국제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국제화로 인한 피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범한 시민들과 이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받을 전 세계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우려하고 규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에는 그동안 한국군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되기 힘든 침략 전쟁에 개입해 온 것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가 했던 것은 ‘혈맹을 돕는 일’이었고 북한이 하면 ‘침략전쟁 참전’이라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면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견은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과 이라크 파병과 마찬가지로 국제법적으로 정당성을 갖기 힘든 침략 전쟁 참전이다. 베트남 파병 당시 한국 정부는 경제 재건과 군사 원조를 조건으로 내건 바 있고, 북한의 파병도 대체로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군의 이라크 전쟁 파견 당시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 지원’ 등 국제법과는 무관한 논리로 정당화했던 사례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 모든 면을 고려할 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역할은 양측이 즉각 휴전을 이루고 양국 사이의 오래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참전 가능성을 핑계 삼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군대를 파견하는 계기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회 동의도 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군 참관단’ 등을 파견하는 헌법을 위반한 꼼수 파병을 강행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정부는 ‘군 참관단’ 파견을 즉각 중단해야 하며, 국회는 위헌적인 군 파견을 막아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와 급격히 가까워지게 된 데에는,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하고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한미 당국의 군사적 억지와 제재 위주의 비현실적인 대북정책 탓도 크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고, 한미일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강화하는 냉전 정책을 취하면서 예상되었던 부작용이 지금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막기 위해서는 한미의 제재 위주, 군사력 위주의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여,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수준의 포괄적 협상 물꼬를 터야 한다. 당장 효과가 없더라도 관계 개선을 통한 신뢰구축, 제재완화와 상호위협 중단을 통한 한반도 평화 실현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취할 때에만 국제 패권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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