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의견서] 미국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에 청해부대 등 국군부대를 파견해서는 안될 8가지 이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군함 파견을 요구하고, 다음날인 15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통과를 보호하기 위해 약 7개국에 연합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요구 속에서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하는 방식의 대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청해부대의 임무와 작전구역을 국회의 동의없이 임의로 변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나아가 설사 정부가 새로운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재출한다 해도 미국의 이란침략을 지원하는 파병은 그 자체로 국제법과 헌법에 위배되며, ‘국민보호’가 아니라 국민과 국군부대를 침략전쟁에 연루시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자해행위일 뿐이다. 참여연대는 미국이 요구하는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청해부대 등 국군부대를 파견해서는 안될 8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정부와 국회의 신중한 대응을 요청한다.
첫째, 미국의 이란침공은 국제법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침략전쟁이다. 미국의 전쟁을 돕기 위한 연합군 구성에 참여하는 것 역시 국제법 위반이다. 미국 정부는 이란 공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임박한 위협’에 대해 국제사회에 근거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이란침공 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이 부인하는 ‘침략적 전쟁’이므로 국군부대의 참전은 헌법에 위배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5조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은 침략적 전쟁으로 이에 대한 국제평화유지와 거리가 멀다. 국군의 사명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셋째, 한국은 미국의 이란침공을 지원해야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의무가 없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1조는 “당사국은 관련될지도 모르는 어떠한 국제적 전쟁이라도 국제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하여 해결하고 또한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제연합의 목적이나 당사국이 국제연합에 대하여 부담한 업무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무력에 의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를 삼갈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만으로도 한국은 미국의 이란 침공을 지원할 의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한미상호방위조약 3조는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 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미동맹은 국제연합의 목적에 반하여 무력의 행사를 삼가야 하며, 당사국이 ‘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공격’에 대처하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의무만을 지닌다. 미국의 이란 침공에 대한 지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상의 그 어떤 의무와도 조화되지 않는다.
넷째, 지금 미국을 도와 대이란작전에 군함을 보내는 것은 ‘국민보호’가 아니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다. ‘국민보호’ 혹은 ‘선박보호’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이란과의 협상이다. 미국을 위해 군함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란과의 협의없이 ‘호위연합’의 일원으로 군함을 파견하거나 ‘독자적’으로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국민보호행위가 아니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다. 국민보호를 위해 현재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현지 국민과 선박을 위한 정부지원단과 협상단이다.
다섯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호위연합의 일원으로 파견하는 것은 국회 동의와 유엔결의에 위배된다. 청해부대는 2008년, 국제연합(UN)이 ‘소말리아 영해’ 등 아덴만 인근의 ‘해적퇴치’를 위해 ‘관심국들’의 파병을 요청(유엔 안보리 결의안 1838호, 1846호 등)한 것에 기초하여 미국 주도로 구성된 연합해군의 일원으로 파견되었다.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대이란 ‘호위연합’의 일원으로 투입하는 것은 파병의 목적과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파병에 해당한다. 따라서 유엔결의안이나 권고로 전혀 뒷받침되지 않는다. 즉 청해부대를 대이란 작전에 투입하는 것은 청해부대 파견에 관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동의안”의 기반인 유엔안보리 결의의 제한범위를 넘어선다.
여섯째,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 중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 포함”이라는 단서조항은 침략전쟁 지원이나 대이란적대정책 지원을 허용한 조항이 아니다. 정부는 2020년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이 ‘호위연합’ 구성을 요구하자, ‘우리 국민 보호 활동시 지시되는 해역포함’이라는 단서조항을 오용하여 ‘독자파견’이라는 외피를 씌워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아덴만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 (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하여 미국의 대이란 적대정책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왔고 국회는 이를 묵인해왔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청해부대 파견의 근거인 유엔안보리 결의에 반하는 행위였다. 청해부대에 대해 국회가 허용한 단서조항은 ‘우리국민 보호’만 내걸면 어떤 작전도 가능하도록 허용한 군사적 백지위임장이 아니다. 침략적 전쟁을 부인할 것을 명령하는 헌법에 반하는 ‘지시’가 청해부대에 내려져서는 안되고, 정당성도 없고 효과도 전혀 발휘하기 힘든 대이란 적대행위에 우리 군이 가담하는 것을 국회가 포괄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어져서도 안된다.
일곱째, 청해부대는 한번도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되어 임무를 수행한 적이 없다. 선례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파견된 것은 대이란 협상단이었다. 청해부대가 페르시아만 및 호르무즈해협에서 ‘우리 상선 호위임무’를 수행한 바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환경조성에 도움을 준 바조차 없다. 2021년 청해부대 최영함이 이란에 억류된 우리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견된 선례가 있는 것처럼 소개되고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파견된 것은 협상팀이지 군함이 아니었다. 2021년 1월 4일 이란혁명수비대가 우리 선박 한국케미호를 ‘해양환경법 위반’을 빌미로 억류한 후 최영함이 페르시아만 인근으로 이동한 바는 있으나 호르무즈 해협까지 진입하지는 않았다. 그 후 외무부 협상단이 파견되어 이란과 협상을 진행했고, 당시 정부는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인근 해역의 청해부대를 철수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여덟째, 우리 선박이 위험해진 것은 미국을 도와 군을 움직이고 미국의 대이란적대정책에 동참할 때였다. 오히려 한국케미호의 피랍사태는 우리 정부의 명분없는 대이란 제재 협력과 군사적 적대행위로 인해 초래되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 미국 등 7개국이 체결한 핵합의(JCPOA, The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란 중앙은행의 한국내 자산을 동결한 것, 2020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카셈 술레이 마니 장군을 살해한 후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된 상태에서, 한국이 청해부대의 ‘독자파견’을 내세워 작전범위를 페르시아만으로 확대함으로써 사실상 미국의 ‘호위연합’ 구상을 간접적으로 도운 것 등이 한국 케미호 피랍의 배경이 되었다는 분석에 유념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이란 침략을 돕기 위한 파병은 위헌이며 위법이다. 청해부대의 대이란 작전 참여 역시 위헌이며 위법이다. 호위연합 참여 뿐만 아니라 독자파견도 위헌이며 위법이다. 청해부대에 관한 기존 국회동의안(연장동의안)이 청해부대의 작전목표와 지역 변경에 포괄적인 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는 없다. 정부는 미국의 대이란 침략전쟁을 지원해서는 안되며 청해부대 파견 동의안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적용해서는 안된다. 국회는 ‘호위연합’ 참여를 포함한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지원에 동의하지 말아야 하며, 기존 동의안이 ‘국민보호’를 명분으로 오용되는 것도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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