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정당(법) 2026-01-19   21165

[논평] 공천 뇌물 의혹, ‘휴먼 에러’ 아닌 ‘시스템 에러’다

경찰은 엄정 수사로 실체 규명하고, 정당은 공천 시스템 전면 개편해야

내일(1/20) 강선우 의원의 첫 경찰 소환조사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와 강선우 국회의원(현 무소속)을 둘러싼 공천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지만 진상 규명은 요원한 상황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이번 사태를 ‘휴먼 에러’라 칭하며 개인 일탈로 선을 긋고 있다. 잘못된 진단이다. 공천 뇌물 의혹은 명백한 ‘시스템 에러’다. 더불어민주당을 둘러싼 이번 공천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거대 양당의 폐쇄적인 공천 구조와 기득권 선거제도가 낳은 고질적인 정치부패이다. 경찰은 총력을 기울여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국회는 암암리에 이뤄져 왔던 공천 거래를 근본적으로 타파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민주당 서울 동작갑 지역위원장)과 동작구 의원 그리고 강선우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과 김경 서울시의원 공천 뇌물수수 의혹의 실체 규명이 늦어진 것은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와 늑장 대응이 만든 결과다. 김병기 의원이 2020년 동작구의원 2명에게 공천 대가로 각 1천만 원, 2천만 원 금품을 받았다가 이후 돌려줬다는 의혹은, 김병기 의원의 전직 보좌진들이 2025년 11월 서울 동작경찰서에 탄원서와 함께 진술서도 제출해 경찰에 인지수사를 의뢰한 사건이다. 이후 사건이 언론보도로 알려지고 서울경찰청에 고발장이 접수되고서도,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김병기 의원의 제명을 의결한 이틀 후인 1월 4일에야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사실상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준 꼴로, 실제로 중요 증거가 담겼을 거라 추정되는 김병기 개인 금고는 사라져 압수수색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편,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강선우-김경 공천 뇌물 1억 원 수수 혐의 사건도 마찬가지다. 의혹이 제기된 직후 미국에 간 김경은 미국에 머무는 11일 동안 텔레그램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했는데, 이는 증거인멸을 위한 시도로 보인다. 강선우 의원도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 거부로 대응하고 있다. 수사기관의 안일한 대응이 증거가 인멸될 시간을 준 것이다. 경찰은 더 이상 눈치 보기를 멈추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문제는 불투명한 하향식 공천 시스템과 거대 양당 후보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방선거제도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의 공천권을 좌우하는 폐쇄적인 공천 구조이기에 공천권이 금품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되었던 사안이다. 2022년 3선 의원 출신 박순자 전 국민의힘 안산시 당협위원장이 시의원 공천 대가로 수천만 원을, 2022년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경남도의원 예비후보자로부터 공천 대가로 7천만 원을 수수한 비위 사건들이 알려지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는 각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략’과 ‘단수’라는 이름으로 하향식 공천이 남발되는 한 제2, 제3의 공천 뇌물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과 지역 당원이 공천의 중심이 되는 상향식 공천으로의 개혁이 필요한 이유이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기득권 양당 중심의 선거제도도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 비례성이 낮고 대표성이 떨어지는 현행 지방선거제도는 기득권 정당의 독점적인 지위를 강화하여 지방선거를 유능한 지역 일꾼이 아니라 공천권자에게 줄을 대고 금품을 바치는 자들이 득세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정청래 당대표가 이번 사태를 시스템이 아닌 ‘휴먼 에러’라며 개인 일탈로 치부한 것은 기득권 정당 중심의 지방정치라는 구조적 원인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공천장을 뇌물과 거래할 수 있도록 방치한 밀실 공천 구조 자체가 이미 거대한 ‘시스템 에러’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천신문고’와 ‘암행어사단’ 제도를 도입해 억울한 컷오프를 없애고 단수 공천 대신 경선 원칙을 세우겠다고 밝힌 것은 기득권 정당의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독점하는 기득권 구조를 온존시킨 채 감시망만 늘리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공천 시스템 개편과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을 깨는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공천 뇌물 거래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제 정당은 공천 시스템 전면 개편과 지방선거제도 개혁에 즉각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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