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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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감사 결과는 왜 사법개혁이 필요한지 보여준다
대법관이 챙긴 월 200만 원의 현금 격려금, 부끄럽지 않나
조원빈(성균관대 교수)
8월 31일 감사원이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 모두 12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가히 충격적이다. 대법원은 우리 사법부의 최고 법원으로, 하급심 판결의 최종 판단과 법령 해석의 통일을 담당한다. 고등법원이나 지방법원의 판결·결정에 대한 상고 및 재항고 사건을 최종적으로 심리하고 판결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의 효력 등에 관한 소송을 1심이자 최종심으로 재판한다. 특히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의 사법행정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 우리 헌법은 대법원이 외부의 압력이나 간섭 없이 공정하게 재판할 수 있도록 사법행정권인 법원 인사와 조직권 독립을 보장한다. 이와 더불어, 법원 조직과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할 때도 행정부의 예산 압박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대법원장이 낸 예산안과 기획예산처가 수정한 내용이 다를 경우 국회에 그 의견을 직접 제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 심화를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정해진 절차를 거쳐 임명된다. 사법부, 특히 사법부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독립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무조건적인 존중은 아니다. 사법부의 독립은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이번 대법원에 대한 정기감사 결과는 국민을 크게 실망시켰다.
사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온 이유
현행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의 독립은 과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사법부가 정권의 정통성을 수호하고 반대파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했던 경험에 대한 처절한 반성의 결과다. 이승만 정권은 강력한 정적이었던 조봉암을 평화통일론 주장 등을 이유로 간첩죄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했다. 이 사건은 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사법 살인이었음이 증명됐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 벌어진 인혁당 재건위 사건도 대표적인 사법 살인 사례 중 하나다. 유신 정권 하에서 도예종 등 8명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사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대법원 상고 기각 후 단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되어 국제법학자협회로부터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사건도 사형 집행 32년 만인 2007년에 재심을 거쳐 피고인 8명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인혁당 재건위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실체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물론,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사법권 독립 저항 사례도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판결에 불만을 품고 사법부를 비판하자, 김병로 당시 대법원장은 “행정부 처분에 불만이 있으면 소송을 제기하라”, “이의가 있으면 항소하라”며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정권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유신체제 하에서도 일부 법관들은 정권이 남발한 긴급조치 위반자나 시위 학생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거나 무죄를 선고하여 사법부의 자존심을 지키려다 인사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현행 헌법하에서도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던 사례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사법농단)이다.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2011년~2017년) 동안 대법원장에 집중된 권력을 바탕으로, 대법원의 핵심 행정기관인 법원행정처를 통해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되었다. 대법원의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관철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기조에 맞추어 주요 재판의 결과를 조율하거나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9년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기소된 이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으며, 1심에서는 전부 무죄를 2심에서는 일부 유죄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장에게 재판에 개입할 직권이 없더라도, 외형상 사법행정권자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직권남용이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대법원장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사건에 대해 국민들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침해한 행위에 대해 “권한이 없으니 처벌도 못 한다”고 하는 것은 법 상식에 반한다고 매우 비판적이다.
사법부의 독립이 무견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 이후, 사법부 내부의 관료화와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재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법개혁이 추진되어 왔다. 그 내용 중 하나가 사법농단의 핵심 통로로 지목되었던 법원행정처의 권한을 축소하고, 비법관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의 사법행정 구조 개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정기감사 결과는 오히려 대법원 중심의 사법행정 개혁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대법관 12명에게 특정업무경비와 별도로 월평균 200만 원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법원행정처장에게도 월 300만 원가량이 지급됐다.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지급액은 총 12억 9,900만 원이다. 전산장비 구매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견됐다. 필요 물량을 제대로 산정하지 않거나 계약 과정에서 단가가 낮아지자, 구매량을 늘리면서 2025년 말 기준 PC 6,131대와 프린터 2,983대, 스캐너 559대가 예비품으로 남았다. 이 모든 비용은 국민이 낸 세금에서 지출된 것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과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의 투명성을 지나치게 간과한 것이다. 사법행정의 투명성은 외부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사법부를 지키고, 국민의 신뢰를 높여 결과적으로 사법부의 독립에 기반이 될 수 있다. 물론 재판 영역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행정 및 인사 영역에서 투명성을 높여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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