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있는 예산심의 간데 없이, 지역주의에 기초한 후안무치한 선심성 예산만 남발
1. 오늘 새벽 통과된 16대 국회 최초의 예산안 심의 결과는 지역주의에 기초한 담합정치의 지저분한 몰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줌으로써 한국정치의 현주소에 대한 분노와 환멸을 더욱 심화시켰다. 또 상설화된 예결특위가 예산안을 처리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은 제도개혁을 통한 의회 민주주의의 완성을 바라는 뜻 있는 국민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2. 지난 2월 개정국회법을 통해 16대 국회에서 예결특위가 상설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을 확정짓지 못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과거처럼 졸속심의를 하느니 좀더 시간을 갖고 100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의 사용 내역에 관해 그야말로 심도 있는 심의를 해 주리라고 조금은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애당초 공개하기로 했던 13인 소위원회를 다시 6인 소위로 축소해서 그 심의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로 여야가 담합했을 때 그 심의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더니 마침내 양당 원내총무의 밀실흥정을 거쳐 확정된 예산안은 16대 국회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최후의 기대마저 산산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3. 여야 의원들은 국민경제의 기틀이 되어주어야 할 사회간접자본 개발 예산을 민원성, 선심성 지역사업 예산으로 둔갑시켜서 영호남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정하는 후안무치의 작태를 연출했다. 이것은 예산의 배정을 담보로 각 당의 영지를 더욱 단단히 보살피고 그 영지의 신민(臣民)들을 더욱 굳건하게 식민화(植民化)하려는 봉건적 담합주의 정책에 다름이 아니다. 이제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 발전을 위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자기 지역 정치인, 자기 지역 정당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야 할 판이다.
4. 예산결산특위를 상설화한 것은 국가예산의 편성과 그 집행의 전 과정을 국회가 상시적으로 심의, 감독하게 하려는 데 근본적인 취지가 있었다. 그러나, 제도가 이처럼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일찌감치 확정한 예산안을 몇 달씩 사장(死藏)시키다가 10월 하순이 넘어서야 국회로 넘겼다. 예산안을 빨리 넘기지 않은 정부의 구태에도 명백히 문제가 있지만 이를 빨리 넘기라고 요구해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밀도 있는 심의를 하지 못한 예결특위는 행정부에 대한 권리, 국민에 대한 책무를 방기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5. 도대체 실추될 대로 실추된 국회의 위상과 권한을 조금이라도 회복시켜 주기 위한 제도개혁을 한들 이를 국회가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인사청문회 제도의 부실 운용에 이어서 16대 국회는 다시 한번 차려준 밥상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재연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스스로 뽑아 놓은 선량들의 도덕성과 자질을 한탄하는 일을 반복해야 할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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