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감시센터 국회 2001-11-21   882

민주당 당직자들 얼굴위로 스쳐간 한줄기 무력감

민주당 정책위원장 면담기

지난 16일, 참여연대는 비장한 각오로 민주당 정책위원장과 수석전문위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시간은 3시 30분에서 4시 40분, 한시간 10분 가량, 그래도 정치인들치고는 긴 시간의 면담을 가진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설명해야 하는 법안은 상가임대차보호법 등 민생입법과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 검찰개혁법안 등 20가지나 되기 때문에 1시간 10분은 실제로는 10분되는 안 되는 짧은 시간으로 느껴졌다. 솔직히 매우 원망스러웠다. 저렇게 으리으리한 국회와 당사, 수많은 국회의원과 수십, 수백 명의 입법공무원, 당 전문위원들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핵심적인 민생법안, 개혁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고 있다니… 그리고 무엇이 무서운지, 당사 주변의 경비만 갈수록 삼엄해지고 있으니!

그래도 참여연대에서 참여한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 조국 사법감시센타 부소장(동국대 교수), 장유식 공익법센타 부소장(변호사), 김두수 시민감시국장, 박원석 시민권리국장은 힘주어 각각의 민생입법과 개혁입법의 대강과 요점을 잘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취임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신임 박종우 정책위원장과 한태선 경제정책 전문위원, 박상엽 법제사법정책위원 등 6명의 정책위원은 진지하게 들었다. 문제는 이것이 정말로 당정에 반영되느냐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쇄신파동을 겪으면서 집권여당으로서 올바른 국정운영과 민생개혁입법제정의 책임에서 상당히 빗나가 있다는 것이 정론이다. 잇따른 검찰, 국정원 관련 비리와 부정, 재벌개혁정책의 전면후퇴와 개혁법안의 개악, 그리곤 표류하는 민생, 개혁정책 및 그 입법과제들!!

우리는 민주당 당직자들에게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우리의 법안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잘 통과되어야 하기에 참고 또 참았다.

▲ 민생, 개혁입법을 설명하기 위해 참여연대는 민주당 정책위원장과의 면담을 가졌다. 사진 가운데가 민주당 신임 박종우정책위의장

참여연대는 특히,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반드시 이번 회기에 통과되어야함을 강조했다. 박원석 시민권리국장은 “상가임대차보호법 만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제출된 5개 법안의 약간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제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야가 당론으로 제출해놓은 상황에서 입법의 지연으로 피해가 속출하는 현실을 생각해 보라”며 이번 국회 내에서 반드시 처리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민주당 박상엽 전문위원은 법사위에 논의 중에 있으며, 19일날 법안심사소위가 또 열린다고 답변했으며, 박종우 정책위의장은 그렇게 논의하고 있으면, 이번 회기 안에는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적 답변을 주었다. 또한 참여연대는 현재의 금융이용자보호법안이 사채폭리의 실제적인 근절수단이 될 수 없음을 지적하고, 현 법안에서의 사채 및 대부업자의 금리상한선을 연리 60%로 할 것이 아니라 연리 40% 법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리상한 규정을 3년 후에는 아예 폐지하기로 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며, 사채업자들만 합법적으로 폭리를 보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연리 40%내에서 대통령령으로 금리상한선을 제도권, 비제도권 금융 할 것 없이 규정하는 금융이용자보호법안의 내용변경을 촉구하였다.

경제분야에서는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는 전경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문가, 관련자들의 모두 찬성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도입을 주장하였다. 제발 재계의 눈치 좀 그만 살펴야 한다는 지적과 호소도 함께 있었다. 또한 최근 엄청나게 후퇴하고 있는 재벌개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방하였다. 특히 출자총액제한비율의 완화, 실효성 없는 벌칙규정, 대규모기업집단제도의 폐지, 은행법과 공정거래법의 개악 등이 삼성 등 특정 재벌들의 경제전반에 대한 지배심화와 총수의 전횡만 강화해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이는 정치권 및 정부가 재벌의 “먹이”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 신임 박종우 정책위의장은 도중에 모르는 것을 되묻기도 하였고, 전문위원들은 진지하게 메모하였다. 하지만 민주당 당직자들의 얼굴위로 한줄기 무력감의 빛이 스쳐 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정권의 후반기, 심각한 쇄신파동 속에서 민주당은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집권여당은 정부의 개혁정책후퇴를 다 체크하지도, 방어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민주당 정책위원장 면담에 참석한 참여연대 임원과 실무자들(사진 왼쪽), 면담에 함께 배석한 민주당 수석전문위원들(오른쪽)

검찰개혁관련해서는 참여연대는 정말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였다. 조국 교수는 “현 정권의 위기는 모두 검찰의 잘못과 위기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옷로비, 파업유도, 진승현게이트, 이용호게이트, 김태정, 정권의 본질적이며 중대한 위기시기마다 전부다 검찰이 관련되어 있고, 검찰 인사의 잘못과 검찰의 부정, 무능, 비리와 연관이 있다. 이젠 검찰을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으며, 계속되는 검찰의 비리와 무능, 수사결과 은폐사실 등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 이때가 검찰개혁의 가장 적절하고 절실한 때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을 이용할 유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검찰의 공정성, 투명성, 중립성을 바로 세우기 위하여 이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 데, 그것이 바로 특별검사제도의 도입과 상명하복의 폐지, 검찰인사위원회의 설치, 기소독점주의를 수정하여 전면적인 재정신청제도 도입 등의 검찰개혁법안의 통과이다” 라며 간결히 주장하였다. 박종우 정책위의장은 “국가기관을 완전히 불신하는 것인 특별검사제는 거북하다”라고 했다. 이에 장유식 변호사는 “특별검사제는 국가기관이 불신의 산물이긴 하지만, 국가기관에(검찰) 대한 부정이 아니라 검찰도 살고, 특별검사제도도 사는 검찰권을 오히려 확립하고, 살려주는 것이 특별검사제도”라고 반박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논쟁이 계속될 수는 없었다.

김두수 시민감시국장은 공직자윤리법 개정, 정치관계법 및 선거법의 조속한 개정을 강조하였다. 특히 헌법재판소에서 2건이나 위헌판결이 난 만큼 선거법, 정치관계법의 조속한 개정이 매우 중요하며, 선거전에 부랴부랴 부족한 채 고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충분히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의 의견을 잘 수렴하여 개정할 것을 부탁하였다. 민주당에서는 이에 대해, 정당명부제 및 1인2투표제, 비례대표 선출시 여성 할당 30%를 도입하는 법안을 이미 제출하였다며 더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생각해보면 이 법안들이 제출되는 데에도 시민사회단체의 10여년 가까운 주장과 노력이 있었고, 헌법재판까지 가는 쟁송이 있었다. 개혁은 그토록 힘든 것이리라. 그러나 국민의 뜻과 사회개혁에 충실한 정당, 정치인이 많아도 개혁이 이토록 고통스러울 것인가 하는 단상이 들었다.

민주당 박종우정책위의장은 20개 민생, 개혁법안에 대해서 이번 국회 안에 처리 가능한 것과 다음 임시국회에 처리 가능한 것을 구별하여 답변을 주겠다라는 약속을 했다. 제발 이지, 보다 많은 민생법안, 개혁법안이 어서 통과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내년에는 지자체 선거, 대선으로 인해 법안제정이 올해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은 여도, 야도, 국민도, 시민사회단체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면담은 이렇게 끝났다. 배석할 것으로 기대했던 각 정책조정위원장들과 이상수 총무가 배석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웠고,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임 정책위원장만 내보낸 민주당측의 처사 역시 매우 유감스러웠다. 하지만 만나서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면담약속을 아직까지 잡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나고 또 만나고, 만남을 또 요청하고, 촉구하고, 국회 밖에서는 시민들과 계속 민생고와 개혁고를 울리며, 민생개혁입법을 촉구하는 캠페인과 시민대회로 맞서리라. 그렇다면, 분명 이번 국회내 몇몇 법은 통과될 것이다.

안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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