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 논단 1_시민과 정치 : 아렌트와 하버마스의 시민정치사상

1. 머리말

“당신은 어떤 입장이죠? 보수주의자인가요, 자유주의자인가요? 현재의 가능한 여러 정치적 입장들 가운데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죽기 약 3년 전인 1972년 11월에 캐나다 토론토의 한 학회에서 아렌트가 받았던 질문이다. 아렌트는 자신의 입장을 어떤 주의로 규정하기를 원치 않는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아렌트의 입장은 철학 또는 정치이론이 정치현실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심각한 반성의 결과였다. 이론은 의식개혁을 추구하지만, 개혁해야 할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고 또 그 생각의 내용도 다양하다. 그런데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개성과 삶의 방식, 가치관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이론으로써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복수(複數)의 인간의 모습을 외면한 것이라고 아렌트는 생각한다. 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고 단지 개념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처방을 내리려는 태도이다. 마르크스가 말하는 유적 존재나 인류, 헤겔의 세계정신 등은 단지 개념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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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 숭실대학교 철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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