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호] 참여사회포럼 2_숭례문, 한국사회에 말을 걸다


참여사회포럼
숭례문, 한국사회에 말을 걸다

사 회  이병천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참여사회연구소장)
발 제  양윤식 (한얼문화유산연구원장)
토 론 자
송도영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조민재 (동아시아문화기획 대표)
홍기빈 (참여사회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이병천 소중한 것은 잃은 후에 그 가치를 알게 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너무 많은 경험을 해서 그 사실을 너무 빨리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숭례문 화재 사건은 우리에게 큰 경고를 남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역사와 문화에 뿌리를 두지 않고, 우리의 정체성이 구성될 수 있는가? 오늘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숭례문이 우리에게 던지듯, 오늘 이 자리는 숭례문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다양한 경고와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 마당을 연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양 원장님께서 발제를 통해 무엇이 무너졌는지, 어떻게 복원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지 포괄적으로 다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쟁점이 될 만한 발언들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토론의 서두를 잘 열어주셨는데요, 발제에 대한 논박보다는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들을 통해 고민을 좀 더 풍부하게 하는 방향으로 토론을 진행할까 합니다. 그러면 송 교수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무지와 비난게임을 넘어선 문화재에 대한 합의가 필요

송도영 양윤식 원장님께서 숭례문 화재사건과 관련한 여러 가지 측면들을 보여주셨습니다. 먼저 역사적 통합성의 가치를 통해서 문화재라고 하는 것의 의미가 하나의 박제화된 형태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사회와 상호작용하는 과정 속에서 확보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그 구조물이 매일 숨쉬는 것처럼 역사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얻고 또한 변해간다는 것입니다. 이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처리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먼저 떠오르는 것은 흔히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입니다. 어린 아이를 위하는 한국 부모들의 마음이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이고, 교육열도 세계에서 1위일 것입니다. 그런데 자동차 안에서 어린 아이가 귀엽다고 앞자리에 안고 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운전석에서 담배피면서 어린 아이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이 자리에 오면서도 목격했습니다. 이는 어린이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무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숭례문을 잃은 것도 한편으로 숭례문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었는가라고 생각을 한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숭례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무지의 소산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 무지라고 하는 것에, 세포에 각인되어 있을 정도의 불감증들이 전제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늘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질책의 대상이 처음에 소방방재청에서 그 다음에 문화재청으로 옮겨갔고 그와 동시에 정치 공방으로도 옮겨갔다는 것입니다. 사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공격은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공격과 같은 수준입니다. “니가 거기 있었지 않냐?”, “니가 그걸 개방했지 않았냐?”,  “소방방재청이 잘못했지 않냐?”, “문화재청이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지 않았느냐?” 등등 다음의 다음으로 이어지는 비난 게임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어린이들이나 시민들이 오히려 더 정확하게 표현을 하고 있었습니다. 헌화를 하면서 나온 문구가 바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한 어린이가 아직 사회의 어떤 책임을 지고 있거나 정치적인 책임자도 아니고 어떤 차원의 책임자도 아니지만 내가 미안하다는 겁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회 전체가 ‘질책 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내가 그 안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미안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내가 너(숭례문)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고, 사실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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