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갑우
18대 총선은 여러 가지로 한국정치사에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일단 투표율에서 46%로 역대 최저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또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거기다 친박 무소속연대까지 하면 사실상 보수정당이 약진한 선거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선거 이후에 이야기됐던 진보의 위기라는 것들이 오히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해서 대단히 폭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18대 총선에 대한 간략한 평가 진행하면서 논점을 형성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정상호 선생님께서 먼저 말문을 열어주시죠
예견된 패배, 충격적 투표율, 수도권 정당지도의 변화
정상호
이번 총선에 대해 많이 놀라워하시는 것 같은데, 대선 이후로 4개월 만의 총선인데 예상했던 것 아닌가요. 놀라움에는 과장이 섞여 있었던 것 같아요. 예견된 패배인데 왜 우리가 심각하게 느끼는가하면 저는 200 대 100이라는 수치보다 내용에 있어서 충격적인 것 같아요. 가장 충격적인 것은 투표율입니다.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까 미국에서도 46%라는 투표율은 굉장히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87년 민주화 이후 88년 4·26 총선 투표율이 80%였는데 불과 20년 만에 딱 반 토막이 될 정도로 하락하는 것은 아시아권에서도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일본정치를 연구하는 분들한테 여쭤봤더니 일본도 대개 55%~65% 정도까지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구갑우 평가를 한다면 놀랍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정상호
아주 단기간 동안에 유권자들이 대규모로 기권, 혹은 부동층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이번 선거에 세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가장 큰 틀에서는 이번 총선이 정확하게 지난 대선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퇴임 이후에 자연인 노무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용이 되고 용서가 되지만, 민주정부 10년 동안에 대해서는 업적을 중심으로 평가를 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세부적으로는 세 가지 특성이 나타나는데요, 이념 수준에서는 일본에서 나타났던 패권적 보수와 같은 헤게모니 보수가 나타난 것입니다. 203석 대 96석이라는 결과처럼 보수정당이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개혁세력을 7 대 3 정도로 압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정당사와 선거사를 보면,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과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엇갈리는 유권자들의 견제심리가 나타났었습니다. 압도적 여당을 견제해야 된다는 심리들이 선거사에서 나타났던 반복적 패턴이었는데 이 패턴이 이번 선거에서 처음으로 극명하게 깨졌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념적 수준에서 분열된 진보인데 2002년 대선결과를 보면 20·30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회창 후보보다 2배 정도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유추하건대 20·30대가 대규모로 기권층으로 돌아서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도 20·30대에서 진보계층을 지지했었던 열망과 강력한 응집력들이 완전히 해체되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선거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수도권에서의 정당지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서울·경기·인천이 합쳐서 111석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79석을 차지했습니다. 이것은 수도권 전체 의석의 71.2%를 차지한 것입니다. 이는 한나라당의 전체 의석수 중에서도 절반이 넘는 51.6%입니다. 지금까지 민주화 이후에 수도권은 어떻게 보면 호남과 더불어서 진보개혁진영의 정치적 기반이었었는데, 이것의 해체현상이 이번 18대 총선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에 대한 분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민주개혁 진영들은 계급이나 계층적 접근을 정면으로 내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연합이나 세대연합을 내세웠었죠. 즉 호남+수도권+@, 대표적인 것이 충청도나 386과 같은 특정 세대를 겨냥한 전략이었죠. 그런데 수도권이 깨지면서 더 이상 이러한 전략들이 유효할지에 대해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는 것입니다. 수도권에서의 야당적 성향들, 혹은 개혁적 성향들이 이번 선거에서 해체됐다는 것이고, 동시에 지역적 수준에서는 영남과 호남의 완고한 지역주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금 도발적인 문제제기일 수 있겠지만 인구학적으로나 제도학적으로 지금의 제도를 놓고서 앞으로도 이런 결과가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낙관적인 기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언론에서도 과장한 것들 중에 하나가 이번 선거에 이슈가 없었다, 혹은 정책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2004년 총선에서의 탄핵 이슈가 오히려 예외적인 것이지, 민주대 반민주 이런 거시적인 담론 외에 정책적 수준에서 우리가 이슈 투표를 한 적이 별로 없어요. 이번에 나왔던 것들이 견제론과 안정론, 경부대운하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나라당의 뉴타운, 특목고, 수도권 규제완화와 같은 성장과 집중 논리들이 오히려 분배와 균형의 논리들을 압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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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갑우 /사회,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안병진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팀장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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