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앞뒤 안 맞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리
김남근 / 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대책 등 주거복지 공약을 전면에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의 주거정책이 인수위를 거치며 슬그머니 부동산경기 활성화로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이제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와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국정의 중심과제로 등장했다. 분양가상한제는 실건축비를 규제해 건설사가 이익을 낼 수 없어 공급을 꺼린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상한제’라는 용어 그대로 건설사의 폭리를 제한하는 기준이지 실건축비를 규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실건축비는 건축현장에서 이윤을 포함, 평당 350만~380만원 정도이지만 분양가상한선은 지상과 지하건축비에 각종 인센티브를 합하면 평당 550만~600만원을 넘고 있다. 택지비는 시가를 그대로 반영하니 그동안 땅값이 올라 얻는 시세차익도 그대로 반영된다. 분양가상한선까지 분양가를 올리면 건축비에서만 평당 200만원에 달하는 초과이윤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도 부족하니 상한선도 없애자면 그건 지나친 욕심이다. 그 욕심이 부동산거품을 만들고 실수요자의 발길을 돌리게 해 주택시장의 거래실종을 불러온다.
분양가상한제는 1970년대 말부터 무주택자 우선제, 지금의 청약가산점제와 연결돼 무주택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선분양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의 상한을 정해 온 제도이다. 그동안 수많은 아파트가 공급돼 왔는데 분양가의 폭리상한선이 있어 주택공급을 못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완성되지도 않은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선분양 후시공’의 분양제도 역사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실시보다 폐지의 부작용이 훨씬 컸다.
1998년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후 2007년 부활하기까지 8년 동안 수도권의 분양가는 3.5배 폭등했다. 재건축, 대형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일반분양가를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높게 책정하면 주변시세가 이에 맞추어 끌어올려졌다. 이것은 다시 새로 건축되는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를 높이고, 이것은 또 주변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분양가상한선 밑으로 분양가를 책정해도 현재 분양시장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도 분양가상한제로 건설사가 주택공급을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택시장에 거래활성화의 시그널을 주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거래활성화가 안 되고, 실수요자들이 주택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유는 주택가격이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싸서 큰 빚을 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주거기구가 권장하는 연소득 대비 적정 주택가격(PIR)은 연소득의 3~4배 정도이다. 도시가구근로자 평균소득이 4000만원 정도인데, 수도권의 서민용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가격도 1억2000만~1억6000만원의 3배가 넘고 있다.
분양가를 낮추어야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나올 상황인데, 공급자 눈치만 보며 분양가상한선보다 더 분양가를 높여야 한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방향이다. 건설사의 더 깊은 속내는 개발호재가 있는 몇몇 재건축이나 도심재개발 사업의 사업추진전략 때문이다. 사업추진에 주저하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함으로써 일반분양가를 높여서 조합원 부담금을 낮추어 주겠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고분양가로 미분양이 발생하면 부천의 한 재건축 사례처럼 미분양 부담금이란 명목으로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금 인상으로 돌아온다.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금을 낮추어 준다고 시작했는데, 입주시에는 미분양됐으니 부담금을 3~4배 올리라면 속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기 마련이다. 조삼모사의 전형이다. 왜 주택당국은 주택정책을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지 않고 공급자 위주로 운영하는 것일까, 공급자들이 정책입안자들에 보다 가까이 있어서일까 항상 궁금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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