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개발 실패한 공공택지에 건설한 고가 임대주택 매입해선 안 돼
건설사가 매입임대 신축약정 제도 악용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호반건설의 위례신도시 상업용지(9-2블록)에 신축 중인 주거용 오피스텔(약 336실)을 매입해 공공전세(‘든든전세’)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파트가 아닌 오피스텔을 한 호실당 10억원이 넘는 고가에 매입하고, 보증금 역시 5억원을 초과하는 공공전세로 공급한다는 점에서 공공임대 사업의 취지에 맞는지 중대한 의문이 든다. 특히, 호반건설은 과거 공공택지 입찰 과정에서 이른바 ‘벌떼입찰’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 사안에서 호반건설은 해당 공공택지를 헐값에 매입하여 복합개발 실패 등의 이유로 장기간 방치하다가, 오피스텔을 지어 LH에 고가로 매각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도 LH는 사업 추진을 서두르고 있으며, 조만간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면 매입약정이 체결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H가 사실상 건설사의 사업 위험 회피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참여연대는 논란이 되고 있는 호반건설과의 위례 오피스텔 신축약정을 즉각 중단하고, 해당 공공택지를 LH가 환매해 서민이 부담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것을 촉구한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를 통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사유화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도 저질렀다. ‘LH 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전체 178필지 중 18필지를 호반건설이 낙찰받아, 가장 많은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계열사 및 비계열사를 동원해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 매매계약의 매수자 지위를 대규모로 양도했고, 이를 통해 분양매출 5조 8,575억원과 분양이익 1조 3,587억원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2023년 6월, 공정위는 호반건설의 공공택지 ‘벌떼입찰’에 대해 시정명령과 6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같은 해 8월 참여연대는 ‘공공택지 벌떼입찰과 아들회사 몰아주기’ 등 호반건설 총수일가를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또한 국회와 국토교통부 역시 호반건설의 벌떼입찰에 대해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H가 호반건설과 오피스텔 매입약정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LH가 호반건설과 매입약정을 통해 추진하려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소득과 자산 기준이 없는데다 보증금이 약 5억 원(시세의 90%)에 달하고, 6년 후 분양전환하는 등 공공성이 희박하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목적과 방향에 맞지 않다.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늘리기에도 부족한 상황에서 6년 후에 판매할 오피스텔의 매입약정 사업을 할 이유가 무엇인가.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이같은 사업 방식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 8·8대책의 ‘서울의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 될 때까지 무제한 매입임대 신축약정 추진’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무제한 매입 방안은 불필요한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게다가 시장에서 분양, 매각이 잘 되지 않는 구축 오피스텔을 LH가 감정가로 사주는 것은 손실을 자초하는 일이다. 호반건설이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할 자신이 없으니까 LH 매입약정 사업을 신청한 것인데, LH가 3천 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여 위례 오피스텔 구입해줄 이유는 없다. 그보다는 LH가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주택 사업을 따로 추진하고 민간 건설사들에게 도급을 줘서 짓게 하는 것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호반건설 오피스텔 매입약정 사례는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와 무관하며, 오히려 공공택지 개발이익의 사유화만 부추길 뿐이다.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LH의 사업구조를 강력히 개혁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호반건설 오피스텔의 신축 매입약정 추진은 이런 기조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3기 신도시 5곳의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할 경우, 민간사업자들이 약 8조 원의 개발이익을 가져간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러한 분석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할 경우 건설사들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안겨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업성이나 자금 부족 등으로 수년째 착공이 지연된 공공택지는 공공이 환수해서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하며, 그린벨트 해지나 토지 강제 수용으로 조성된 공공택지는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맞다. 향후 호반건설과 같이 공공택지를 활용해 매입임대 사업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신축주택 매입약정 사업이 좋은 위치에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올바른 수단으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서울의 비아파트 신축약정 무제한 공급 정책을 비롯한 매입임대주택 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아울러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단순한 실적 달성에 치우친 나머지, 주거취약계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대조건이 적용되거나 부적합 대상이 매입되는 일이 없도록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이 건설사에 대한 부당한 예산 지원이나 비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역시 철저히 정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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