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법인에 의한 종합적인 상담 창구 마련해야
1. 재정경제부는 어제(3월10일) 신용불량자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새로운 내용이라기보다는 작년 8.25대책에 배드뱅크(Bad Bank)안을 첨부한 정도에 불과하다. 여전히 개별 금융기관과 정부의 역할만을 강조했지, 신용불량자의 입장에서 이들이 왜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채무조정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 부재하다. 또한, 개인의 신용을 불량과 우량의 이분법으로 구분하여 400만 명에 가까운 경제활동인구를 금융거래와 취업 등에 불이익을 주는 신용불량자로 낙인찍는 현재의 신용평가제도를 그대로 둔 채 우리 금융질서가 선진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 고민도 빠져 있다.
2. 1개 금융기관에 소액연체채무를 가진 채무자들은 자기소득으로 변제가 가능하고 금융기관도 변제기간 연장과 이자율 조정 등을 통하여 다양하게 채무조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굳이 정부가 개입하여 관치금융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면서까지 개입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생색내기식으로 소액연체채무자 대책에 대해서는 지나치리만큼 반복적으로 여러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정작 적극적인 채무조정프로그램이 시급히 가동되어야 할 과중채무자들에 대하여는 법원에 책임을 넘기고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새롭게 제시한 배드뱅크도, 채권금융기관이 배드뱅크로 채권을 넘길 때의 장부가 대비 가격 산정방법이나 배드뱅크로 넘어간 신용불량자의 상환계획서 제출, 심사, 사후관리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3. 이번 대책에는 지난 3월2일 통과된 개인채무자회생법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도 빠져있다. 올해 9월부터 당장 시행될 개인회생제도에 대비해 법률구조공단이나 변협 등이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한 상담 및 법률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상담과 채무조정, 개인파산 및 개인회생제도에 대한 안내 등이 종합적,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현재, 신용불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채무조정프로그램이 신용회복지원위원회임을 감안하면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조정협약에 대한 상담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상담중인 신용불량자들의 연체규모, 소득상태 등을 고려하여 신용회복프로그램, 개인파산, 개인회생절차 중 어느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를 종합적으로 상담해 주어야한다. 아울러 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하는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절차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20여가지가 넘는 재판신청서류의 작성 등 법률서비스까지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채권자들의 개인워크아웃협약 운영기관이 아니라 미국의 CCCS(소비자신용상담기구)처럼 채무자들을 위한 상담ㆍ교육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금융감독원처럼 독립적인 채무자 상담과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법인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4. 이 기회에 신용불량제도 자체의 존속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개인의 신용을 우량과 불량의 이분법으로 나누어 불량자에게는 금융거래자체를 봉쇄하는 전근대적인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 다른 나라의 예를 들면 각 금융기관별로 개인의 신용정도에 따라 1등급에서 14등급까지 다양한 신용평가가 이루어지고 그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원금과 이자율 등이 다양하게 제공되고 이러한 금융기관의 운영에 따라 이익을 얻은 것이 금융기관 수입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각 금융기관이 개인의 신용을 우량과 불량으로 나누고, 이러한 정보를 서로 공유하여 방대한 금융정보를 만들고 신용정보회사를 통하여 개인의 취업 등에 관한 정보로까지 활용되고 있는 전근대적인 신용정보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당장 신용불량제도의 전면적이 폐지가 어렵다면 종전에 참여연대가 입법 청원한바 있는 ‘신용정보보호에관한법률개정안’과 같이 신용불량의 등재기준을 금융감독원 등에서 공적으로 정하고 신용불량 등재에 대하여 채무자가 불복하여 다툴 수 있는 신용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두는 등의 신용불량제도에 관한 공적관리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5. 그동안 정부의 신용불량자 대책은 기본적으로 채권을 어떻게 추심할 것인가에 주요한 관심을 두고 있으나, 이런 관점에서 신용불량자 대책을 수립할 경우 그 실효성을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 채무자의 채무조정이 너무 쉽게 되면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 금융질서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어 이 점도 경계해야 하겠지만, 개인신용위기의 해결없이는 경기회복이나 경제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 아래, 신용불량자들에게 새출발의 기회를 폭넓게 허용하는 선진국형 신용위기대책을 수립,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정부는 신용불량자들에게 일상적인 생활마저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불법적인 채권추심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신용불량자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합법적 권리마저도 행사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 있음을 직시하고, 신용소비자를 위한 종합적인 보호방안으로서 ‘소비자신용보호법’을 조속히 제정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여야 한다. 회사는 파산하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지만 개인은 파산해도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계속 같이 살아갈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이 자료는 웹사이트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peoplepower21.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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