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복지증세 해법은 법인세 인상인가

복지증세

 

미국·일본보다 낮은 부담, 더 높여야 한다

경제개발 과정에서 기업들은 금융 및 세제상의 지원 정책을 배경으로 투자와 고용을 주도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 위주의 수출지향적 성장 구조로 인해 고용창출력이 떨어지면서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부가가치 생산액 10억원당 취업자 수는 1970년 156명에서 2012년 19.4명으로 감소했다. 소위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인한다는 명분하에 낮은 법인세율을 고수하고 있다. 법인세의 이중과세 문제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높은 법인세수 비중 등이 법인세 인하 주장의 주된 논거다.

 

 그러나 법인세 이중과세 문제는 이미 배당세액공제를 통해 조정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수 비중이 높은 것은 경제력 집중의 심화, 낮은 노동소득분배율, 소득세와 법인세 간 최고세율의 격차 등으로 과세 대상이 크기 때문이지, 개별 기업의 조세 부담이 크기 때문은 아니다.

 

 지방세를 포함한 법인세 법정 최고세율을 보면 2013년 현재 24.2%로 영국(23.0%)과 스웨덴(22.0%)보다는 다소 높지만 일본(37.0%), 미국(39.1%), 독일(30.2%), 프랑스(34.4%)에 비해서는 크게 낮다. 또한 기업들이 부담하는 낮은 수준의 사회보장기여금과 다양한 비과세 감면 혜택을 고려할 때 기업들의 총조세비용은 크게 떨어진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은 이윤 대비 2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5%)은 물론 중국(63.7%), 일본(50.0%), 미국(46.7%), 독일(46.8%), 프랑스(65.7%), 스웨덴(53.0%) 등 주요 국가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부담하는 총조세비용은 결코 높지 않다. 그 때문에 법인세로 인한 투자 위축과 외국으로의 자본이탈은 근거가 희박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정부에서 추진된 법인세 인하로 투자와 고용이 증가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기 어렵다. 오히려 법인세율이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편중된 비과세 감면제도를 정비하지 않아 세수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공제감면총액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2%에서 2011년 71%로 증가했다. 2012년 기업에 제공된 공제감면액 9조3000억원 중 78.1%를 상위 1%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 반면에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 실적은 매우 부진해 300인 이상 대기업에 고용된 취업자 비중은 2009년 8.4%에서 2012년 8.3%로 하락했다. 대기업에 집중된 감세 혜택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탓에 사내유보금은 크게 증가했다. 2012년 3월 기준으로 10대 재벌집단의 사내유보금은 무려 183조원에 달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는 법인세율이 높아서가 아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내수기반마저 취약하기 때문이다. 내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선 성장의 결실이 경제주체들에 고루 배분되도록 사회 전체의 분배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확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재벌 대기업에 대한 증세와 정부의 적극적인 재분배정책은 내수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이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 참여연대 조세재정 개혁센터 소장

 

(기고 원문은 중앙일보(한글.8/17자)Korea Focus(영문)에서 각각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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