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추경 아닌 위기 대응 위한 대규모 추경 시급
복합위기 속, 재정은 선택 아닌 정부의 책임
어제(3/30), 정부는 1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추진을 공식화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 포함한 10조 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필수 추경’의 근거로 산불 피해 복구와 통상 리스크 대응, AI 경쟁력 강화 등을 제시했지만, 지금과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서 매우 소극적이고 한계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사회는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내수 붕괴와 민생 위기가 중첩된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 전국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자영업 폐업이 급증하며, 복지 사각지대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게다가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징후이다. 여기에 더해, 역대 최악의 산불은 수많은 이재민을 발생시키고 지역사회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단순한 복구를 넘어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10조 원 수준의 추경만을 내놓고, 이를 ‘필수’라 명명하며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식의 안일한 판단에 기반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정부가 마땅히 져야 할 재정 책임을 방기한 것과 다름없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내수 진작, 복지 확대, 지역경제 회복 등을 위한 30조 원 이상의 추경 편성을 촉구하며, 부자감세로 약화된 재정 기반을 외면한 채 최소한의 예산만으로 위기를 넘기려는 정부의 안일한 접근이 오히려 위기를 장기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번 소극적인 추경 편성은 윤석열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부자감세와 긴축 재정 기조의 결과다. 정부는 출범 이후 재벌대기업과 고자산가를 위한 부자감세를 지속해 왔고, 그 결과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재정 여력을 스스로 축소해 왔다. 반복된 부자감세가 세입기반을 약화시키고, 지금처럼 민생이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제약하는 근본적 원인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재정 기조의 전환이 필요하다. 산불 피해 복구는 물론, 무너진 민생을 지탱하고 지역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입이 시급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추경은 단기적인 임시방편이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과 경제를 회복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내용과 규모를 갖춰야 한다. 생존을 위협받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 생활고에 내몰린 시민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지역사회 재건을 위한 공공 투자와 긴급 지원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최소 30조 원 이상 규모로 편성되어야 한다.
또한, 재정 지출 확대와 함께 세입구조의 정상화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감세 기조를 전환하고 조세 형평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세수결손과 재정 악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정부는 감세가 아니라 공정 과세를 통해 자신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택적 복구나 제한적 지원이 아니라, 시민의 삶 전반을 지탱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재정 대응이다. 정쟁에 매몰된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민생을 중심에 둔 실효성 있는 재정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미흡한 10조 원 추경이 아니라,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민생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30조 원 이상의 대규모 추경 편성이다. 이를 뒷받침할 세입기반의 확충과 감세 중단이라는 구조적 전환 또한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복합위기 속에서 재정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민생을 지키는 마지막 버팀목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추경 규모를 전면 재조정하고, 재정 운용의 근본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국회 역시 이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위기 대응의 책임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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