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재정정책 2025-08-29   12270

[논평] AI 앞세운 2026년 예산안, 복지·공공성 강화와 균형 맞춰야

AI·R&D 대규모 투자 쏠림 뚜렷, 돌봄·공공의료·공공임대 확대 부족

성과 중심 재정운용, 사회복지지출 확대·불평등 해소 과제 후순위 우려

오늘(8/29) 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 정착, △성과 중심 재정운용이라는 기본방향 아래 2026년 총지출 예산을 전년 대비 54.7조 원(8.1%) 증가한 728조 원으로 편성했다. 일단,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6%에 그쳤다는 점에서 이같은 확장적 재정 운용의 방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재정지출 증가율은 2027년 5.0%, 2028년 5.0%, 2029년 4.0%로 점차 낮아지고, 그와 함께 복지지출 증가율도 낮아지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규모(15.2%)가 OECD 평균(22.1%)에 비해 여전히 낮다는 점에서 이러한 계획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도 심각한 양극화 문제가, 향후 AI확산과 에너지 전환으로 더욱 심화될 것을 고려한다면 복지지출은 적정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빠르게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가 강조하는 성과 중심의 재정운용과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은 자칫 단기 지표로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분야의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돌봄·공공의료·공공임대주택 등과 같은 사회안전망 구축이나 저출생·고령화·불평등·지역 격차 해소 문제는 장기적, 구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며 중복과 낭비는 없어야겠지만 기본적으로 과감한 의무지출 확대가 이뤄져야 효과가 발휘될 영역이라는 점이 분명히 인식되어야 한다. 더불어 정부가 국가채무를 2029년까지 50% 후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만큼,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보여주었던 재정 보수주의와의 거리두기와 함께 19%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에 근접하도록 중장기 세제개편 논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R&D 분야 총지출 증가율이 19.3%로 가장 컸다. AI 인재 양성 및 첨단 인프라 확보 등 AI 전환(+6.8조 원)에 투자가 집중됐다. 그 밖에 5년간 100조 원 이상 규모의 국민성장펀드(‘26년 9.1조 원(+2.3조 원))를 조성하여 유망 중소·벤처 기업의 스케일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기술 분야 투자는 그 자금과 인프라가 대기업과 플랫폼에만 집중될 위험이 크다. AI·바이오 등 첨단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는 규제 완화와 더불어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경제’ 전략의 연장선으로, 자칫 기술독점과 경제력 집중을 강화할 수 있다. 공정한 경제구조, 개인정보 보호나 안전 규제 같은 공익적 장치가 충분히 보완되지 않는다면, 혁신 생태계 조성보다는 대기업 지원 논리에 종속될 수 있다. 반면, 25만 원 경영안정바우처 지급(+0.6조 원) 등 소상공인 대책이나 사회적기업 등 사회연대경제 지원(+0.1조 원)은 일부 포함되어 있으나, 그 규모와 지속성 등 여러 측면에서 부족한 수준이다.

보건·복지·고용 분야는 전년 대비 8.2% 늘었지만, 증액의 질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아동수당은 이번에 지급연령을 1세 확대하면서 5천억 원 증액되었으나, 급여액은 월 10만 원에 묶여 있어 정부가 저출산 대응 강화를 내세운 것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일·가정 양립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보험 미가입자에 대한 대책도 여전히 소극적이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본사업 전환으로 777억 원이 편성되었지만 지자체별로는 4~10억 원 수준에 그쳐 본 사업이 책임있게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4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이 6.51% 인상되었으나, 중위소득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고 급여별 선정기준도 현행을 유지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 없이는 취약계층의 실질적 의료 접근권 보장은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지역거점 강화, 필수·공공의료 인프라 보강도 포함됐지만 공공병원 확대는 여전히 뒷전이다. 참여연대가 공공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해 약 8,200억 원 규모의 투입을 제안한 점을 감안해도 관련 예산안의 수준은 크게 못 미친다. 결국 전반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 예산은 저출생·고령화·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거 분야는 이재명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강조했음에도 국정과제의 5년간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 계획을 이행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고령자 등을 중심으로 한 공공주택 19.4만 호(‘25년 18.1만 호) 공급을 목표로 22.8조 원(‘25년 16.5조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번 발표에서 세부적인 유형별 공급량과 예산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대비 6.3조 원 증액(공급량 1.3만 호)되어 윤석열 정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반지하 폭우참사, 전세사기 피해 확대 등으로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급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공급 물량과 예산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그간 윤석열 정부 시기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유례없이 삭감되었고 실제 집행도 제대로 되지 않은 반면, 분양주택·민간임대 예산은 연평균 21.8%, 주택구입·전세자금 예산은 연평균 13.9% 늘어났다. 이에 참여연대는 2026년 예산안에 장기공공임대주택(20년 이상 거주) 14.5만 호, 약 15조 원을 편성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와 국회는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기둔화 국면에서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선언한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성과주의적 집행 구조가 복지와 공공서비스 확대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고, 중기 재정계획에서 지출 증가율 축소가 예정된 만큼 장기적 복지국가의 토대를 마련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정부는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사회 안정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 국회 또한 심의 과정에서 돌봄·공공의료·주거 등 시민의 삶을 지탱하는 분야의 예산을 보강하고 조세부담률 정상화를 통한 재정 기반 확충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 이번 예산안이 대기업 중심의 성장주의로 흐르지 않고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강조한 ‘경제성장과 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보완되도록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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