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개혁센터 조세정의 2026-07-14   52880

[논평] 반도체 중심 성장전략만 강화, 불평등 키우는 경제성장전략

민생·공정경제·노동 통한 종합적 경제성장 전략 부재
재정·조세도 전략산업 지원 중심, 재분배 역할 강화해야
국가역량 집중한 메가프로젝트, 기후정의·기업책임 뒷전

오늘(7/14) 정부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이하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제大도약 원년 완성’을 목표로 거시경제와 공급망 안정, 3대 메가프로젝트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 스스로 IT-비IT, 수도권-지방, 수출-내수의 양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 생산성 정체 등을 우리 경제의 구조적 과제로 진단하고도 이에 대한 해법은 미흡하다. 특히 부동산 쏠림에 따른 자산 격차와 대·중소기업 및 IT·비IT 간 임금 격차가 동시에 심화되는 복합 양극화 국면에서 올해가 불평등 확대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재분배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이를 방치한 채 경제성장만을 추구할 경우, 그 성장은 최악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동반하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정부는 불평등 해소와 재분배를 외면한 성장은 결코 지속가능한 성장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양극화 극복을 경제성장전략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물가 안정과 공공임대 개선, 전세보증금 보호 등 민생 대책도 제시했다. 정부는 올해 1월 발표한 경제성장전략에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1%로 전망하며 범부처 대책을 수립하고도 불과 6개월 만에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했다. 고환율 등 물가 급등에 대한 철저한 원인분석과 상반기 대책에 대한 평가 없이 추가 대책만 제시해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최근 전월세와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자산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책은 사실상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게다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과 재정·조세제도의 재분배 기능 강화 등 불평등의 구조적 원인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자산가격이 급격한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자산 보유 여부에 따른 격차와 사회적 갈등이 더욱 확대될 우려가 커지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지나치게 안일하다. 민생안정과 공정한 경제질서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불평등을 방치하거나 확대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특히, 재정·조세정책이 전략산업과 공급망, 미래산업 투자 지원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정부는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1.7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을 확대하는 한편, 전력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K-칩스법의 과도한 혜택과 대기업 중심 지원 문제의 개선은커녕 오히려 지속·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 초과이익 공유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추가적인 재정·조세 지원은 그 실효성과 타당성,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전제로 해야 한다. 기업의 고용 확대와 국내 투자,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 없이 묻지마식 지원만 확대하는 방식은 재검토해야 한다. 적극재정과 조세정책은 공정과세를 확립하고 불평등을 완화하며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와 중소기업, 국민경제 전반으로 환원되도록 하는 데 우선 활용돼야 한다.

특히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번 경제성장전략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AI를 중심으로 재정·금융·세제는 물론 전력·용수·인프라·입법까지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적 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제시하면서도 원전·SMR·LNG 등 모든 발전원을 동원하는 방식은 탄소중립과 기후정의에 배치되며, 막대한 전력·용수 수요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지역 갈등은 공공이 부담하는 반면 그 혜택은 특정 산업과 기업에 집중된다. 메가특구특별법 등 후속 입법에서 추진되는 규제특례와 노동시간 특례 역시 노동권과 산업안전을 후퇴시킬 것이다. 막대한 공적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고용 확대와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 국내투자 유지, 초과이익의 사회적 환원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결국 비용은 사회가 부담하고 이익은 특정 산업과 대기업이 독점하는 구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야심차게 제시한 잠재성장률 제고 역시 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산업구조의 전환과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불평등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저출생·고령화 등 오랜 기간 누적된 사회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야 비로소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정부는 ‘역사적 결단’을 강조하며 메가프로젝트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 관심과 노력의 절반이라도 민생안정과 공정경제, 노동권 보호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기울여야 한다. 이들 과제를 경제성장전략의 부수적 대책이 아니라 핵심 축으로 재설정하고, 성장의 기회와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모두를 위한 경제성장전략’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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