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의료사태’ 장기화 속에, 내일부터 국회의원 선거가 치뤄진다.
공공의료가 거의 없고, 온전히 시장공급에 의존하는 지금의 의료체계는 환자와 시민들의 필요에 따른 의료를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원정치료 등 상시적 의료재난으로 이미 드러나 있던 돈벌이 중심 시장의료의 지속불가능성은 이번 ‘의료사태’를 계기로 더 극심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의료사태에 대응한다며 공공병원에 비상진료를 요구했지만 그간 정부의 방임 속에 낙후된 공공병원들이 다시한번 고전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지역필수의료 확충한다고 꾸며댔지만 2천명 증원안중에 공공의사 양성방안은 없었다.
이에 공공병원 확충과 공공의사 양성을 포함한 ‘진짜 의료개혁’을 촉구하는 노동자와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 2월 이런 요구를 담아 총선요구안을 발표하였다(요구안 전체 보기). 이에 기반하여 각 정당별로 다음 항목들에 대한 동의/비동의 여부를 묻는 질의서를 발송하였다.
🔺좋은 공공병원 확충(5년안에 공공병원 두 배 이상 확충, 공공병원 예타 면제 법제화)
🔺공공병원 인력 확충(공공의과대학 설치ᆞ운영을 통한 공공 의사인력 양성, 공공병원 전 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공공병원 방문건강관리 간호인력 배치 확충)
🔺공공병원의 민주적 운영 (공공병원 위탁운영 제한 법제화, 지역주민과 노동자가 참여하는 운영구조)
🔺공공의료 컨트롤센터 구축 (국가공공의료관리위원회(가칭) 신설, 연 1조원 규모 공공보건의료기금 조성, 코로나19 회복기 지원 현실화, 공공병원 불가피 적자 지원 제도화)
[각 정당별 답변 결과와 평가(가나다순)]
개혁신당은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았다. 선관위에 제출된 공약에도 공공의료와 관련된 내용이 없다. 한편 화성시에 출마한 이준석 당대표는 화성시민들이 그간 공공병원 설립을 요구해온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말미암아 시 당국이 최근 설립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나, 이에 대한 일언반구 없었다. 거꾸로 주민의 민주적 운영 참여나 공공적 기능을 담보하기 어려운 대학병원 분원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개혁신당의 공공의료 정책은 낙제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질의서에 답변하지 않았다. 공약에도 공공병원 확충 강화와 관련된 내용은 전무하다. 오히려 병상과 인력자원이 부족한 공공병원을 ‘스마트 공공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헛다리 산업화 정책을 내놨다. 이는 공공병원에 실제 의료진과 시설을 확충하지 않겠다는 뜻인 동시에, 공공병원 강화와 동떨어진 정책으로 디지털헬스 기업들의 주머니를 챙겨주겠다는 것으로 우려된다. 쟁점이 되고 있는 의사 인력 양성에 대해서도, 산업화 첨병이 될 우려가 큰 ‘의사과학자 양성’과 정부가 내놓은 재탕 정책 ‘지역필수의사제’뿐 공공의사 양성과 지역의사 충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국민의힘의 공공의료 정책은 낙제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노동당은 모든 질의 내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공약에서도 공공병원 · 공공병상 확대의 장기적 목표를 OECD 수준(공공병원 50% 공공병상 70%)으로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지역공공의사제 도입과 보건의료 인력 확충도 약속한 점이 긍정적이다. 또한 공공주치의제를 어르신-아동부터 도입하여 전국민으로 확대 등 구체적인 일차의료 공공성 강화 정책도 함께 내놨다.
녹색정의당은 모든 질의 내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공공병원을 500병상 규모의 현대식 공공병원으로 강화하고 70개 중진료권마다 지정하고 육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인력에 대해서는 지역공공의대 도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공공병원부터 전면 확대, 보건의료 인력 확충 및 기준 마련과 같은 구체안을 내놨다. 그 외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전문병원 확대 설치 등을 약속하고 국립대병원과 지역의료원의 협력체계 구축 등의 세부안을 제시하며 공공의료기관 기능강화방안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모든 질의 내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공약에는 이런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공공병원 확충에 대한 약속(규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전체가 누락되어 있다. 공공의료 컨트롤센터를 위한 행정기구나 예산에 대한 공약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확대에 대한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 민주당 공약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10만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비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역의사제,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신설을 약속하여 현 정부 정책 추진방향보다는 구체성이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거대야당으로서 더 책임있는 약속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새로운미래는 ‘공공 의과대학 신설’, ‘공공보건의료관리위원회 설치’, ‘연 1조원 규모의 공공보건의료기금 조성’은 유보하고 나머지에 동의했다. 우선 ‘동의’를 표한 항목들 모두가 전체 공약에는 담기지 않아 이행 의지에 대한 의문이 남고, 동의를 표하지 않은 항목 세 가지는 아래와 같은 미온적인 부대의견을 달았다.
공공의과대학 신설 : ‘공공의대 신설이 아닌 기존 지방 국립대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통해 의사 인력 확충’, ‘의과대학의 수를 더 늘리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정치 사회적으로 합의된다면 전국적으로 1-2개 정도의 공공의대 신설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인력이 수도권과 비필수 의료분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한 대안 없이 공공의대 설립을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한 점은 부실한 답변이며 1~2개정도의 공공의대 신설 동의는 너무도 부족하다. 또한 국립대 의대 정원에 대한 공공적 배치계획 없이 단순 국립대 증원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근거가 부족하다.
국가공공의료관리위원회 설치 : ‘기존 중앙부처 외에 별도의 추가적인 행정관리 조직을 또 만드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며, ‘대통령 직속이나 국무총리실에 정무적 성격을 갖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존 국공립병원들의 주무부처들은 실효성있는 강화 정책을 펼쳐오지 않았다. 전체 공공의료자원을 계획적·효과적으로 배치·운용할 수 있도록 행정적 근거가 필요하며, 이는 정권이 끝나면 같이 종료되는 한시 조직인 정무적 성격의 위원회로 대체할 수 없다.
연 1조원 규모 공공보건의료기금 : ‘공공의료 재정의 확충에는 적극 찬성하나 그 방법으로 기금이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공공의료가 강화되지 못한 것은, 정권의 성격 혹은 효율성 잣대로 예산투여를 판가름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확실한 책임 규모가 명시되는 기금형태의 재정 마련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대안 없이 공공의료 재정 확충에 동의한다는 것은 선언적인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새진보연합은 모든 질의 내용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공약에도 공공병원 확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신축, 증축, 중소병원 통합 등의 방법으로 1,000병상 이상 규모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 2030년까지 공공병상 비율 30% 달성’을 약속하며 적극적인 확충 의지를 밝혔다. 인력계획에는 간호인력에 대한 내용이 누락되어 제한적이나, 의사인력에 대해서는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공공병원에서만 근무하는 ‘공무원 의사 면허제’ 도입, 공무원 의사 증원을 위한 공공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구체안을 내놨다.
조국혁신당은 질의서에 답변을 표기하지 않고 개략적인 정책 방향을 별도 제출하여 그 내용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지역 공공의료기관 신증설 제외, 공공의료기관 적자 전액 보전 등을 약속했다. 또 ‘공공의료공단’을 신설하여 공공의료기관 신증설 기획 및 추진, 공공의료기관 운영지원과 인력지원을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점은 운동본부의 요구인 ‘공공의료 컨트롤센터 구축’ 요구를 수행할 책임 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공공의료 강화를 중요한 과제라고 이야기하는 점은 긍정적이나, 공공병원 확충의 구체적인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았고, 공공의료기관 의료진 확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또한 제시하지 않은 점은 여타 정당들의 구체성에 비해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진보당은 모든 질의 내용에 동의를 표했다. 공약에서도 구체적으로 전국 모든 지역에 공공병원 건립을 약속하며 중진료권별 지방의료원 설립을 의무화한다고 약속했다. 공공병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광역·기초 공공병원 설립·운영 조례 제정등 공공병원 신설과 운영에 관한 법정비를 약속했다. 더불어 광역 시·도별 공공요양병원· 공공재활병원·공공어린이병원·감염병전담병원 건립 추진 등 다방면의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한 점은 긍정적이다.
의료사태 속에서도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는 실종된 총선 국면이 안타깝다. 누구나 의료개혁 자칭하는 지금,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진정 살리려 한다면, 지역주민의 실제 의료적 필요에 부합하는 ‘좋은’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그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각 정당은 민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총선 요구안 과제들은 지속가능한 공공의료로의 변화를 위한 최소한의 토대이다. 제 22대 국회에서는 공공의료 확충 강화의 시급한 과제들이 확실하게 논의되고 진척되기를 바란다.
2024년 4월 4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준)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KNP+(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울산건강연대, 사단법인 토닥토닥, 화성시립병원건립운동본부, 공공병원설립을위한부산시민대책위,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노동조합, 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 대구참여연대,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 빈곤사회연대,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도민운동본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올바른광주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인천공공의료포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코로나19의료공백으로인한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행동하는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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