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건강정책 2024-09-29   6950

[논평] 건강보험 재정은 정권의 화수분이 아니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보다 지역일차·공공의료 지원 우선되어야

정부는 9월 27일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다음 달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위해 연간 3조 3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증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그 반대 급부로 경증환자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억제하려는 정책은 의료전달체계 구축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기본 기조이다. 하지만 MRI, 초음파 보장성 강화로 인한 연간 650억 원가량 초과 지출을 문제 삼으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포기한 최초의 정부인 윤석열정부가 자신의 정책 실패로 야기된 대형병원의 손실부터 건강보험 재정으로 메워주는 이번 결정은 문제이다. 준비된 보편적 보장성 강화 정책이 아니므로 건강보험 운영 원칙에도 맞지 않고, 재정운영 형평성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국민들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을 정권의 금고처럼 사용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 또한 지금 필요한 것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지원이 아닌 지역일차의료, 공공의료 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위기는 급작스러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재난상황이다. 이는 명확히 정책 실패의 산물이다. 게다가 정부가 말한 향후 전공의 복귀 및 전문의 충원 그리고 전달체계 개편이 이뤄진다면 이는 일시적인 위기인 만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할 게 아니라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일반예산에서 집행해야 하는 것이다. 설사 지속적인 수가인상과 보상강화라 할지라도 장기간의 연구용역과 여타 행위와의 상대가치조정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과학적 결론이 우선이다. 당장 대형병원 재정위기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급조된 정책은 준비 없는 이천 명 증원의 파국과 비슷한 위기만 부추길 것이다.

이번 정부 정책의 문제는 방향성 자체보다 이런 큰 규모의 건강보험 재정 투입 결정이 국민을 배제하고 정부와 상급종합병원 간의 ‘합의’에 의해서 진행된 것에 있다. 또한 기대하는 정책적 효과를 얻기 위한 통제나 평가 기전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정책 실패로 자초한 ‘재난’ 상황에서 정부가 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하는 건 비민주적이다. 건강보험 재정운용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논의하고 의결하는 구조다. 그러나 재난 상황임을 강조하며 매달 1,886억 원씩 현재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료대란 지원금을 정부 ‘보고안건’으로 처리해 지출하고 있고, 이제는 장기적인 구조조정 계획에 이 재원을 마구 쓰려한다. 이는 명백한 정부의 월권행위다.

현재 대형병원의 진료 손실은 그간 수도권 쏠림과 과잉 진료, 경증 외래진료 등의 반대 급부에 의한 것이 크다. 정부가 지역의료, 중증진료 강화를 말하면서 정작, 이제는 대형병원이 포기해야 할 경증진료와 과잉진료영역에 대한 손실도 보상하겠다는 건 대형병원 살리기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말한 매년 3조 3천억 원의 예산은 건실한 지방의료원 22곳을 매년 건립하고, 권역 외상센터, 권역감염병센터 등을 모두 운용하고도 남을 돈이다. 지역일차의료나 공공의료 지원에는 수백억 원의 지원도 낭비이고 건강보험 적자를 부추긴다고 말하면서, 막상 대형병원이 감내해야 할 손해는 보충해 줘야 한다는 논리는 지극히 모순적이다. 지금 의료대란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는 지역일차의료와 지역공공 병원에 더 많은 의사를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끝까지 보편적이고 공공적인 의료공급은 외면하고, 의료에서 ‘낙수효과’만 노린다면 그 결과는 국민들의 외면뿐이다. 정부는 거짓 의료개혁을 들먹이지 말고 ‘진짜’ 의료개혁을 추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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