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임차 허용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금융화의 발판될 것
비급여 항목 확대는 이용자 부담 증가와 계층화 심화시킬 것
공공요양시설 확충해 공급 부족 및 지역 간 편차 해소해야
지난 10월 29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생명보험사, 건설사 관계자들과 함께한 ‘고령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주거 및 돌봄서비스 육성 방안’ 간담회에서 수도권 노인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하고, 비급여 항목의 확대를 추진할 방안임을 밝혔다. 이는 2023년 7월 19일 보건복지부가 ‘신노년층을 위한 요양시설 서비스 활성화 방안’ 공청회를 열고 요양시설 임대 허용 정책의 추진 의지를 보인 것의 연장선이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노인장기요양서비스 금융화의 발판이자 자멸의 씨앗인 요양시설 임차 허용과 요양서비스의 이용자 부담 증가와 계층화를 심화시키는 비급여 항목의 확대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과 비급여 확대의 추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우선, 임차 허용의 이유로 주장하는 시설요양 공급의 부족은 재가 요양의 양적 및 질적 불충분성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재가 요양을 강화하는 방안이 우선되어야 한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은 제3조 제3항에 노인의 기능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요양서비스를 통해 본인이 거주해 온 곳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재가 우선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 부위원장이 언급한 바대로 고령자는 현재 살던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며,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서도 73%의 노인은 건강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본인이나 자녀의 집에 거주하기를 원하고 있다. 시설로의 입소는 노인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돌봄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차선에 불과하다. 따라서 요양시설의 부족을 이유로 임차를 허용해 시설 요양을 확대하는 것은 재가 보호를 우선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기본 원칙을 역행하는 것이다.
둘째,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은 보험사, 부동산투자신탁회사 등의 금융자본이 요양시설을 소유 또는 운영하면서 ‘매각 후 재임대’와 같은 금융화 기법을 동원해 영리를 추구하는 장기요양의 금융화를 확대할 것으로 우려된다. 노인요양시설의 임차 허용에 대한 논의는 2021년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에 제안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금융계의 이익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경험에 의하면 장기요양의 금융화는 운영 주체의 대규모 파산으로 입소 노인이 요양 난민이 되는 것은 물론 입소 노인의 주거 불안정성, 높은 사망률, 조세회피 등의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법률을 강화해 보험회사 등 금융자본의 요양시설 운영을 통한 금융 행위를 규제하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장기요양의 금융화 교두보가 될 노인요양시설의 임차허용을 추진하는 오류를 자처하고 있다.
셋째, 임차 허용은 민간의 요양 공급 주체로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영세업체의 난립과 과당경쟁을 확대하고, 장기요양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영세업체의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시설의 폐업이 빈번하고, 입소 노인이 안정적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노인장기요양 제도가 시행된 2008년부터 10년간 44,238개의 요양시설이 신설되었으나 같은 기간 22,760개의 시설이 폐업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0인 이상 요양시설의 폐업률은 4.6%에 이르고, 임대가 가능한 10인 미만의 노인공동생활가정의 폐업률은 9.1%에 이른다. 이와 같이 요양시설의 임차를 허용하지 않는 현 상황에도 경영난으로 폐업률이 높은데 임차를 허용하는 경우, 영세업자의 요양 서비스 진입이 한층 수월해져 요양시설의 신설과 폐업이 더욱 빈번해지고 이로 인해 입소 노인이 서비스 공백의 상황에 부닥치는 등 노인의 권익이 침해당할 가능성 또한 높다.
넷째, 주 부위원장은 입소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의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건강보험의 예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이용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이용자의 재정적 상황이 요양 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연결되는 요양서비스의 계층화를 초래할 것이다. 현재 노인장기요양의 비급여 항목은 식재료비, 이미용비, 1인 또는 2인 상급 침실료이다. 3인 또는 4인실을 사용해 비급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경우에도 요양시설의 월평균 본인부담금은 80만 원 정도로 절대 낮지 않다. 1인 또는 2인실을 이용해 상급침실료를 비급여로 부담하는 경우 월평균 본인부담금은 200만 원을 상회하여 소득수준이 높은 소수 노인만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을 확대하는 경우 비급여 서비스 이용에 대한 선택이 입소 노인에게 맡겨지기보다 시설의 의향에 따라 결정될 수 있으며, 영리 추구에 유리한 이용자를 시설이 선택하는 역선택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재정적 여력이 없는 이용자는 요양시설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되고, 양질의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양서비스의 계층화를 피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임차 허용의 이유로 제시된 일부 지역의 요양시설 부족, 비급여 확대의 근거로 언급된 요양 서비스의 획일성은 모두 요양 서비스의 공공성 부족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의 원인인 공공성 부족을 외면한 채 오히려 금융화의 물꼬를 터 요양 서비스의 시장화를 심화하고 사부담을 증가시키는 퇴행적 해법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정부는 임차 허용 및 비급여 확대의 논의를 즉각 철회하고, 중앙 및 지방정부가 설립하는 공공 요양시설을 확충해 요양시설의 공급 부족 및 지역 간 편차를 해소하고, 장기요양 급여를 다양화해 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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