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중위소득과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운영 방식, 즉각 개선하라
오늘(7/31)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4인 가구 기준 6.51%로 결정하고, 급여별 선정 기준 및 최저 보장 수준 역시 심의·의결해 발표했다. 기준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별 지원대상 선정기준이자 2025년 기준으로 총 80여 개 복지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기준선이다. 이처럼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기준중위소득은 해마다 재정 당국의 보수적인 입장으로 산출 값보다 낮은 수준으로 결정되어 왔다. 그 결과, 가난한 이들의 최저생활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기준중위소득 역시 현실과는 거리가 먼 수준에서 결정되어 이로 인한 빈곤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수급자들 생활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극심한 민생 위기에도 불구하고 산출 원칙조차 지키지 않아 중위소득 통계자료와의 격차 해소를 더욱 요원하게 만든 이번 결정을 규탄한다.
복지부는 4인가구 기준 6.51%로 역대 최대로 인상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1인 가구 기준중위소득은 7.2%로 인상한다고 밝히며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6.51% 인상으로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중위값과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 또한 1인 가구의 인상률은 지난해 7.35%에 비하면 인상폭이 높은 것도 아니다. 실제로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대비 기준중위소득의 상대수준(1인가구)은 2015년 76.1%에서 2023년 66.4%로 무려 10%p 가까이 하락하였다. 게다가 급여별 선정기준(생계 32%, 의료 40%, 주거 48%, 교육 50%)을 올해와 동일하게 결정하였는데, 이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자격기준 및 보장수준의 단계적 상향이라는 대선 공약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결과이다. 또한 통계자료에 따른 중위소득과의 격차를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해소하기로 한 마지막 해이지만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정부가 발표한 인상률이 수치상으로는 높아보일 수 있으나 기준중위소득의 현실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 실망스러운 조치에 불과한 이유다. 가계금융복지조사와의 격차가 지속되고, 수급자 선정 기준도 제자리걸음에 머문 상황에서는 제도의 본래 목적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발표에 누락된 격차해소를 위한 추가증가율 반영이 조속한 시일 내에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기준중위소득과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구성 및 논의 방식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복지부는 기준중위소득 결정 과정을 상세하게 공개하고, 산출 원칙을 지켜 제대로 결정하라.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값과의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행정 편의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이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기준중위소득 산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재정을 고려해 낮은 인상률 결정을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지부는 기준중위소득을 발표할 때 산정 방식에 따라 기본증가율이 얼마나 늘었고, 6년 한시적으로 도입한 추가증가율을 얼마나 반영했는지에 대해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처럼 기본증가율이 6~7%로 나왔는데 재정 당국이 세수 부족과 경제 상황으로 2%대 인상을 고집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통해서만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국책 연구기관에서는 기준중위소득과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의 격차만 해소해도 빈곤율이 감소하므로 기준중위소득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산출원칙을 지켜 현실을 반영한 수준의 기준중위소득 결정은 빈곤 문제 완화를 위해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둘째, 폐쇄적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운영 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수급받는 당사자들을 완전히 배제한 채 공무원들과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는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측 인사 6명과 교수 등 위촉직 위원 10명이 회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복지부는 아무런 근거 없이 회의 자료 등에 대해 대외비를 강조하며 밀실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논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공표일을 하루 앞두고 늦은 시간에 개최되었다. 시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복지기준선인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는 회의가 발표일 임박해서야 열리고,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이다. 심지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안건을 공개하지 않고, 위원들에게도 최종 결정 때까지 대외비를 강조하고 있다. 회의 자료를 대외비로 하는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저소득층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급여별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의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회의이므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셋째, 복지부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회의 자료와 회의록, 속기록 등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매년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폐쇄적 운영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시민의 복지기준선을 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기구이지만 회의 자료나 회의록, 속기록은 ‘향후 해당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정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회의가 끝나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만 공개되는 회의 결과 문서는 복지부의 발표 내용과 큰 차이가 없고, 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위원들이 어떤 근거와 기준으로 논의하고 결정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늘 비공개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위원 이름을 익명으로 하고, 주요 발언 요지를 정리해 공개하는 방식이 추진된다고 한다. 그러나 비실명의 가공된 형태의 공개가 아니라 발언 전체를 녹취한 자료를 공개해야 각 위원들 발언의 책임성이 담보되고 시민들의 알권리가 보장될 것이다.
넷째, 기준중위소득은 예고기간을 두고 의견 수렴을 거쳐 효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 이후 곧바로 8월 1일에 공표되고 시행되는 구조이다. 그러나 입법예고도 일정 기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의 복지기준선이 단 몇 차례의 회의 끝에 결정되고, 정확한 산출원칙을 공개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의견수렴 조차 없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 진행되는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예고기간을 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기준중위소득을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회의자료나 녹취록 등을 공개하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고 잘못된 부분이 발견될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25년, 맞춤형 급여 개편 10주년인 올해, 정부를 비롯해 우리 사회가 진정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헌법이 보장한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가이다. 이재명 정부는 ‘약자 복지’를 내세워 수급의 권리성을 훼손하고 낙인을 심화시킨 채 ‘약한 복지’만을 추진한 윤석열 정부와는 분명히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기준중위소득의 적정화와 현실화를 위한 로드맵과,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인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에 대한 구체적 이행 시기와 계획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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