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25-09-02   10687

[청년복지학교 후기⑦] 누구든 아플 때 치료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참가자 최은솔

청년복지학교 셋째 날, 정형준 원장님의 ‘건강복지’ 강의를 들었다. 처음엔 건강, 의료라고 하길래 어려운 용어들이 나올까 봐 잔뜩 긴장했다. 하지만 쉬운 용어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예시들을 근거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흥미롭게 들었다. 강의는 보건과 의료가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할 필수 서비스라는 중요한 메시지로 시작했다. 의료는 주거와 함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누구든 차별받지 않고 마땅히 권리를 누려야 하는 것이다. 원장님은 만약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노후 연금 같은 다른 복지제도가 있어도 결국 의료비로 모두 지출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셨다.

2025년 8월 27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3일차 (사진=참여연대)

의료의 산업화와 문제점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의사를 가장 많이 찾고,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한다. 이는 높은 건강염려증으로 이어져 건강기능식품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아침 생방송에서 의사나 한의사가 나와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거나 방송 곳곳에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는 광고가 나온다. 그런 광고를 보고 있으면 왠지 비타민이나 영양제 하나라도 사서 먹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건강기능식품이 자연스럽게 판매되고, 다들 영양제 하나씩은 먹는 사회. 의료가 산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원장님은 의료 산업화의 모순적인 사례로 병원 건물에 병문안을 온 사람들을 위해 상점과 주차장이 들어서는 풍경을 설명하셨다. 항상 편리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강의를 듣고 보니 어딘가 이상한 일이었다.

의료가 산업화되고 민영화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민영화된 의료 시스템의 대표적인 예시인 미국을 통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우선, 보험 적용이 어려워 높은 진료비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가기 힘들다. 만약 병원에 간다고 해도, 병원의 주 목적이 환자 치료가 아닌 수익 창출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수술이나 처방이 만연하다. 또한, 병원, 보험사, 약국이 모두 개인 소유이므로 담합하여 환자를 속이는 구조가 되기 쉽다. 특히, 의사와 환자 간의 정보 격차를 이용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나 약을 권하는 경우, 환자가 진실을 구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전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간단하게 치료할 방법이 있다’는 말에 혹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심한 정보 격차와 그를 이용해 사기를 치더라도 민영화된 의료 시장에서는 국가가 이를 통제하기 어렵다.

2025년 8월 27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3일차 (사진=참여연대)

건강 보장과 보편적 의료의 필요성

그래서 필요한 것이 보편적 의료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등으로 보편적인 의료를 제공하고, 의료의 산업화와 영리화를 제한하는 것을 ‘건강 보장’이라고 한다. 복지 국가인 북유럽은 건강 보장이 잘 되어 있지만, 한국의 수준은 매우 낮다. “미국 국민 외에는 아무도 한국의 의료보험을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원장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강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입원비의 국가 재정 보장률이 67%에 불과해 일본(92%)에 비해 매우 낮다. 입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거나 큰 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입원비에 대한 지원이 적다는 건 의료 복지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국가 통제가 어려운 비급여 항목이 많은 것도 문제다. 낭비를 막고 모두의 건강권을 보장하려면, 비급여 항목을 무리하게 통제하기보다 급여 항목을 확대하고 비급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급여 항목을 늘리는 것 외에도 민영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국가 의료를 공공 복지의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기능식품과 약품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며, 공공병원을 확대하여 과잉 진료를 막고 돈과 관계없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료를 수익 창출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권리라는 인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영국의 정치인 베번의 “병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스스로 문명 사회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라는 연설은 보편적 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강의를 들으며, 한국에서 주거와 의료처럼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이 너무나 산업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안전과 생명을 돈벌이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에 분노를 느꼈다.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안전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자는 것뿐인데 그 단순한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 게 답답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특권을 조금 내려놓고 의사로서의 윤리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특권을 누리고 있는 이상 그걸 내려놓긴 쉽지 않을 테지만, 시민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국가 차원에서 공공 의료 정책을 만든다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특정 사람들만 안전하고 편안한 겉보기식 선진국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선진국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 의료에 대해 다양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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