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25-09-02   10740

[청년복지학교 후기⑨] 주거권과 Housing First Model: 한국 노숙인 정책을 중심으로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참가자 황미연

5일 동안 이어진 청년복지학교 특강 중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강의는 단연 송아영 교수님의 「주거권과 Housing First Model: 한국 노숙인 정책을 중심으로」였다. 교수님은 내가 대학에서 처음 사회복지를 접했을 1학년 때부터 깊은 인상을 주셨던 분이었다. 학생이었던 시절,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넓은 시각과 현장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배우고 존경심을 품었었다. 그래서 이번 청년복지학교에서 다시 교수님을 직접 만나 뵙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설렘과 감사함이 교차했다.

2025년 8월 28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4일차 (사진=참여연대)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교수님의 첫 말씀이 강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청년은 이제 주거에서 소외자가 아니다.”

이 한마디는 주거 문제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나는 그동안 주거 문제를 ‘집이 없는 사람들’, 혹은 ‘도움이 필요한 소수의 문제’ 정도로만 인식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주거 문제는 더 이상 특정 계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교수님은 한국의 주거정책이 성장주의, 발전주의, 시장주의의 논리 속에서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짚어 주셨다. 복지적 관점은 부재한 채 부동산 정책 중심으로 움직여 온 흐름, 그리고 그로 인해 누적된 사회적 불평등이 지금의 청년·노인·노숙인 문제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사회문제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사회복지가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사회복지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변화는 단순히 논의와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교수님의 단호한 메시지는, 이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었다.

특히, 주거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다룬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단순히 ‘집이 있다’가 아니라, ‘적절한 집’이 필요하다는 것. 집의 형태뿐만 아니라 화장실, 창문, 주방, 접근성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 조건이 보장되어야 하고,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온 주거 문제의 개념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청년층의 낮은 자가 점유율과 좁은 주거 면적, 급격히 높아진 월세 부담 등 통계로 보여주신 현실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구조적 불평등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강의 후반부에 다룬 노숙인 정책과 Housing First 모델 이야기는 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노숙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의 판단을 받아야만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는 현실’이 얼마나 불합리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집을 우선순위로 두고, 조건 없이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Housing First의 원칙은 단순한 정책 모델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실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핀란드의 사례처럼 조건 없이 주거를 제공하고, 이후에 필요한 지원을 이어나가는 접근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복지라는 교수님의 설명이 인상 깊었다.

2025년 8월 27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4일차 (사진=참여연대)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현실이 여전히 제약이 많다는 점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서울시의 지원주택이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시설장 추천서나 생활계획서, 전문의 소견서 등 여러 가지 장벽이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과연 이것을 하우징 퍼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는 교수님의 비판적인 질문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회복지의 기본 원칙인 자기결정권이 주거 영역에서도 여전히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아쉬움과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더 고민하고 바꿔 나가야 할 과제임을 실감하게 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에서 ‘노숙’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한 것이 IMF 외환위기 시절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 멀쩡히 일하던 중장년층이 갑작스럽게 거리로 내몰리고, 가족 해체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숙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사회복지는 제도다’라는 교수님의 말처럼,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번 강의를 통해 무엇보다도 크게 배운 것은 주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한 사람의 노력과 책임으로만 해결될 수 없는 문제, 그래서 더더욱 공공의 개입과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리고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깊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오랜만에 뵌 교수님은 여전히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계셨고, 덕분에 나 역시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짧은 특강이었지만, 그 안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주거권과 관련한 공부를 더 깊이 이어가고 싶다는 열정과 함께,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현장을 바라보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새기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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